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유치원생과초·중·고등학생 등교일이 예정보다 일주일씩 늦춰지면서 학생은 물론 교육계 구성원 전체가 대혼란에 빠졌다.
교육부는 11일 학년별 등교일을 일주일씩 늦춘다고 밝혔다.
고교 3학년 등교일은 13일에서 20일로 변경됐다. 고2·중3·초1~2·유치원생은 20일에서 27일, 고1·중2·초3~4는 27일에서 달을 넘겨 6월 3일, 중1·초5~6은 6월 1일에서 같은 달 8일로 등교일이 바뀌었다.
등교가 연기되면서 가장 당혹스러운 이들은 대학입시를 앞둔 고3이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등 학교생활기록부가 중요한 수시모집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교사와 학생이 얼굴을 맞대지 못하는 원격수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교사가 학생을 관찰·평가한 기록'인 학생부는 부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교육부가 원격수업 중에도 학생의 학습 과정을 관찰·평가해 학생부에 반영할 수 있게 허용했지만 '관찰·평가'가 가능한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봐야 하는 고3을 대상으론 EBS 강의를 시청하는 방식의 수업이 특히 많다.
중간고사가 생략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수시모집 준비생들에겐 부담이다.
보통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나눠 한 학기에 두 차례 보는 지필 평가를 한 번만보면 한 번의 시험을 망쳤을 때 성적을 복구할 기회가 없어서다.
고3은 20일에 등교할 수 있다면 중간고사를 치를 수 있을 전망이다.
충남 한 고교 학생평가 담당 교사는 "고3은 시험을 보는 데 익숙하고 내신성적이 워낙 중요해서 등교하자마자 원격수업 때 배운 내용을 확인하는 시험을 치르게 할 수 있다"면서 "나머지 학년, 특히 6월에 등교하는 1학년은 중간고사를 실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많은 고교가 7월 31일께 2주간 여름방학에 들어간 뒤 8월 중순에 개학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여름방학 시점을 옮기지 않는다면 6월 3일에 등교할 고1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실시하기 위해선 한 달에 한 번씩 시험을 쳐야 한다.
문제는 바뀐 등교일도 지켜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이날 오전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시가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확보한 명단 5천517명 가운데 3천112명은 연락이 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나 당국의 '관찰망'에서 벗어난 사람이 많은 상황이 해소되기 전까진 학생들에게 등교해 단체생활을 하라고 요구하긴 어렵다.
결국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과 이에 따른 지역사회 감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단정할 수 없는 한 학사일정도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상황이 진정돼 등교할 수 있길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상당수 고교생은 현재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중 어디에 집중해 준비할지 정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고3들은 통상 3월에 치르는 수능 모의평가인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를 보고 다른 학생과 성적을 비교해 수능을 준비해 정시모집으로 대학에 갈지, 수시모집 준비에 주력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이 학력평가는 '재택시험'으로 실시되고 성적처리가 이뤄지지 않아 모의평가로서 의미는 상실했다.
14일 예정된 경기도교육청 주관 학력평가도 취소되거나 재택시험으로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도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3 등교를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직업계고생도 다른 학생들처럼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기업들의 채용공고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에서 등교가 늦어지면서실습을 하지 못해 기술을 손에 익힐 수도 없는 처지다.
교육계에서는 올해 직업계고 졸업생 취업률이 '참담한 수준'일 것이라는 암울한전망도 나온다.
초등학교 1학년생이나 중학교 1학년생, 고교 1학년생 등 올해 한 단계 위 학교로 진학한 학생들은 등교가 늦어져 다른 학생보다 더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초등 1학년생들은 '학교생활'을 처음 배우고 한글을 익혀야 할 중요한 시기를 집에서 보내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1학년생이 한글을 모른 채 입학한다고 전제하고 짜였는데 원격수업에서는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일부 학교는 초등 1학년생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문장을 완성하라는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등교연기로 올해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아예 못 갈 가능성이 커진 점도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교육부 조사를 보면 조사대상 학교 54%가 4~6월에 수학여행을 계획했다.
일각에서는 등교연기로 부족해진 학습량을 보충하고자 학교들이 교과수업에만 집중해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