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대신 이동통신사의 IPTV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유료방송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LG헬로비전(구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 매각을 시작으로 딜라이브와 현대HCN, CMB까지 주요 케이블TV 업체가 모두 매물로 인수합병 시장에 나왔다.
여기에다 이들 케이블TV 업체가 운영하는 방송채널 사업자까지 매각대열에 합류하면서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의 판이 완전히 새로 짜일 전망이다.
29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SK텔레콤에 케이블TV업체 티브로드를 매각한 태광그룹이 이번에는 콘텐츠 사업 계열사인 티캐스트의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티캐스트는 E채널과 스크린, 드라마큐브, 폭스 등 채널을 운영하는 복수방송사용채널사업자(MPP)로, 지난해 티브로드와 일괄 매각이 시도됐으나 불발됐다.
티캐스트 인수 가격으로는 약 2천억~3천억원이 오르내린다.
다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미디어업체 디즈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을 추진하는 것이 인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21세기 폭스를 인수한 디즈니가 국내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티캐스트와의 채널 폭스 운영 계약을 종료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티캐스트는 매각설을 공식 부인했다. 티캐스트 관계자는 "자체 제작에 투자하고 제작국을 설립하고 있다"며 "매각 추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딜라이브도 자사 매각과 별도로 계열 MPP인 IHQ의 분리 매각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딜라이브가 올해 2월 손자회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30%를 매각한 것도 딜라이브 전체의 몸값 조정인 동시에 IHQ의 분리 매각을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딜라이브는 전체 매각가로 9천억원, IHQ 분리 매각가로 4천억원 정도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텐센트와 화이브라더스가 IHQ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IHQ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이 있을 뿐 규제 산업인 방송채널 사업은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케이블TV 자회사 현대HCN의 매각을 추진 중으로, 현대HCN 자회사인 현대미디어의 분리 매각도 고려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이 끊이지 않는다.
그룹에서는 현대HCN의 통매각을 추진하지만, 이 경우 6천억원에 달하는 매각 희망가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미디어는 다른 MPP에 비해 상대적으로 콘텐츠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도 있어 인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업체가 매물로 나온 상황에서 계열 방송채널 사업자만따로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꾸준히 매각을 시도할 것"이라며 "다만,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통사들은 콘텐츠 유통에 특화된 MPP보다 콘텐츠 경쟁력이 강한 업체와의 제휴를 원하기에 거래 성사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