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낮 피해 풀숲 등 산책할 때
벌·지네 등에 물려 병원신세 다반사
진드기에 의한 바베시아 감염병 주의
수의사와 상담해 기피제 등으로 예방
낯선 곳·풀숲 피해 걷는 것도 중요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길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다닐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짧아졌다. 그래도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면서 느끼는 교감은 반려인만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장마가 지나고 본격 무더위가 오면 아침 일찍 또는, 늦은 밤을 이용해 반려견과 산책을 나서는 반려인들이 많아진다. 자칫 한낮에 잘못 나섰다가 한여름의 햇볕으로 한껏 달궈진 도로에 반려견의 발바닥이 온통 화상을 입거나 반려견의 피부가 뜨거운 햇볕에 노출돼 상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야외활동이 잦아지면 예상치 못한 여러 일들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철없는 아이마냥 천방지축인 댕댕이와의 산책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불과 몇 주 전이었던 것 같다. 아침 일찍 반려견이 내원했는데 멀리서도 확연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안면이 부어 있는 게 아닌가. 보호자의 설명으로는 길가 풀숲에서 코를 들이밀고 킁킁대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펄쩍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고 했다. 빠르게 부어있는 중심 부위를 깨끗이 씻고 털을 제거하고 확인을 한 결과 지네에 의한 쏘임 사고로 추측이 됐다.
언제나 이맘때면 종종 반려견의 주둥이나 또는 앞발이 부어서 내원하는 일이 잦아지곤 한다. 산책 중 벌이나 지네 또는 뱀에 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운 낮을 피해 산책하는 반려견들이 더욱 그러하다. 후각과 청각이 예민하고 궁금증을 잘 참지 못하는 반려견들이 이들의 움직임을 포착해 호기심으로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1. 지네는 작은 곤충을 먹고 살기에 아침 일찍 활동을 한다. 지네 특유의 냄새가 있어 반려견들이 킁킁대며 냄새를 맡다가 주둥이에 물리는 일이 많다. 지네나 벌의 쏘임은 증상만으로는 구별하기는 어렵다. 단지 쏘인 자국을 확인해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이들에게 쏘이면 그 부위에서 열감과 소양감 그리고 통증과 심한 부종이 일어난다. 더불어 호흡 곤란과 쇼크로 위급한 상황을 맞는 경우가 있어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2. 제주도내에서 주로 산책하다 마주칠 수 있는 뱀은 독사인 살모사(제주도에는 쇠살모사만 서식)와 독이 없는 비바리뱀(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만 서식)이 대부분이다. 뱀에게 반려견이 물렸다면 어떤 뱀인지 모양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또한 그 자리를 되도록 빨리 벗어나야 한다. 독사라고 판단이 될 경우 동물병원에 문의해 항독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면 빠르게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린 상처와 심장 사이에 지혈대를 묶되 물린 부분을 입으로 빨아서 독을 빼낼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 뱀독은 임파를 통해 신속하게 확산되기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빨아낼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2차감염과 구강을 통해 독성분이 인체에 퍼져 해를 입을 수 있다.
3. 흡혈곤충인 진드기는 흡혈 자체의 문제보다 흡혈과정에서 반려견의 몸으로 바베시아라는 원충이 감염될 수 있다. 바베시아는 적혈구와 혈소판을 파괴하고 이로 인해 전신적인 응고부전은 물론 2차적으로 장기부전, 신부전, 황달 및 간 기능 부전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증세 초기 빠른 진단과 조치가 필요한 감염병이다. 타 지역보다 제주에서 유독 진드기에 의한 바베시아 감염병이 많아 산책을 계획하고 있다면 진드기 기피제 등 시중에 여러 약품이 나와 있어 수의사와 상담해 사전 예방을 해야 한다.
이외에 산책로 주변으로 반려동물에 위협이 되는 여러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런 위험요소로부터 우리의 사랑스러운 반려견을 지키고 즐거운 산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목줄을 착용하고 산책로 외에 낯선 곳이나 풀숲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강성진·가람동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