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경직된 공직사회, 적극행정이 아쉽다

[문미숙의 백록담] 경직된 공직사회, 적극행정이 아쉽다
  • 입력 : 2020. 07.20(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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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잠시 잠잠한가 싶더니 6일동안 제주를 다녀간 서울 광진구 70대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도민의 2차 감염이 공포감을 몰고 왔다. 제주로 오겠다는 관광객을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침체된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어서 오라'고 손짓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우려했던 일이 터진 것이다.

광진구 70대 확진자가 6일 내내 머물다 간 한림읍은 초비상 상황이다. 지난 17일 한림종합운동장에 급히 차려진 코로나19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는 18일까지 1200여명의 주민이 찾아 검체를 채취했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지팡이에 의지한 고령자들의 불안한 발걸음과 함께 햇볕이 내리쬐는 간이천막 아래서 방호복을 입고 문진표 작성과 검체 채취를 하는 의료진이 땀으로 탈진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목격했다.

순간 며칠 전 도내 한 종합병원 선별진료소에 취득세가 부과되며 논란이 됐던 일이 떠올랐다. 병원측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올 1월부터 운영하던 천막 형태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대신 2층 주차장 한켠에 가건물을 설치했는데, 취득세 100만원을 내라는 납부고지서가 발송된 것이다.

병원측은 "코로나19 종료때까지 한시적으로 가건물을 운영하는 것으로 제주도와 협의를 마쳤는데, 취득세의 액수 여부를 떠나 공익을 위해 운영하는 시설에 취득세가 부과돼 황당하다"고 했다. 세금을 부과한 제주시는 지방세법상 존속기간 1년을 초과하는 임시건축물은 취득세 과세 대상으로, 2년동안 사용신고를 한 병원 선별진료소에는 감면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에 도내 병원 선별진료소 운영방식을 문의했더니 대뜸 "OO병원이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다행스럽게도 언론보도 다음날 제주도 세정담당관은 관련 조례를 개정해 선별진료소로 사용중인 컨테이너 등의 건물에 대해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과정을 접하며 "당장은 비과세가 어렵지만 제주도와 협의해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융통성있는 답변이 그리도 어려웠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발표대로 제주도와 제주시가 소통하고 협업했더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인데, 해결방법을 모색하기보다 불가능한 법규에만 연연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공직사회는 경직된 조직이라는 인식만 심어주고 말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안정성이 담보되는 공무원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작년 5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15~29세)의 30.7%가 공무원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렇게 다수가 되고 싶어하는 공직사회는 유독 '관행이 이렇다'거나 '그건 우리 소관 업무가 아니다'는 식으로 적극행정과 창의성이 떨어지는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혹시나 적극행정한답시고 괜한 일을 벌였다 감사에서 지적받을 수도 있으니 적당히 몸사리며 일하는 게 낫다는 인식도 깊게 자리잡고 있다.

올 1월 취임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접시론을 이야기했다.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은 접시를 깨는 경우가 있어도 앞장서야 하지만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쌓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적극행정의 주문이었다.

미래 제주의 발전적인 변화와 도민의 행복한 삶은 '규정상 이렇다'는 정해진 틀에 얽매이기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인 시책 개발과 적극행정을 고민하는 공무원이 많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적극행정을 펼친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문미숙 행정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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