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검찰개혁위 총장 힘빼고 장관권한만 강화 사실일까

법무·검찰개혁위 총장 힘빼고 장관권한만 강화 사실일까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담은 권고안, '검찰 중립성 훼손' 우려
장관 수사지휘권 제한 장치도 포함…인사권도 검찰인사위 중심으로 재편
  • 입력 : 2020. 07.31(금) 21:46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과 인사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권고안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장관 권한이 강화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개혁안을 논의해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하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는 27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각 고등검사장에게 이전하고, 검찰인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의견을 서면으로 검찰인사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한 '검찰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검찰총장 권한 중 핵심인 수사지휘권과 인사권을 약화시키는 내용의 권고안이 나오자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중 총장의 권한만 약화하고 장관의 권한만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 일각에선 "권고안 내용에 따르면 장관이 사실상 개별 평검사들에게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갖게 된다"라거나 "검찰의 민주적 정당성, 민주적 통제 강화에 대한 답이 아니다"라는 우려가 나온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권이 현행보다 강화돼 검찰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상황이다.'

◇ 총장 수사지휘권 폐지하되 장관권한 제한 장치도 포함

그렇다면 검찰총장의 힘을 빼는 이번 권고안이 법무장관의 권한은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고등검사장으로 이전하도록 한 것은 기존 검찰총장 중심의 수사지휘 방식에 비해 검찰총장의 권한이 크게 약화 된다는 점은 명확하다.

법무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모든 주요수사의 최종 결재권자로서 검찰 내부에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던 검찰총장이 더 이상 구체적 수사에 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수사 지휘와, 인사를 포함한 검찰 사무 총괄이라는 총장 권한의 두 축 가운데 후자만 남게 되는 되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번 권고안은 검찰총장이 행사하던 수사 지휘권을 장관이 그대로 넘겨받아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일까?

검찰총장의 권한 약화는 결국 검찰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는 법무장관의 권한 강화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장관이 절대적인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자연스럽게 '고등검사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으로 변경되는데, 이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만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검찰총장보다 직위가 낮은 고등검사장을 상대로 법무부 장관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고안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대한 제한 장치도 담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고등검사장에 대해 수사지휘를 할 때는 반드시 서면으로 지휘하도록 하고, 사전에 고등검사장의 서면 의견을 듣도록 했다. 또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말라'는 식의 불기소지휘는 원칙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했다.

개혁위 정영훈 대변인은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분산하고 동시에 법무부 장관의 권한도 제한해 수사검사의 의견이 최대한 수사에 반영되도록 한 것"이라며 "총장의 권한만 약화시키고 장관의 권한만 키워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검사 인사서 총장 배제?…검찰인사위 중심으로 재편한 것

검사 인사권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개혁위는 검사 인사 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현행 인사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검찰인사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했는데, 이를 두고 사실상 검사인사에서 검찰총장을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검찰인사위 자체가 법무부 장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소집되고 검사인사에 대한 추상적 인사원칙과 기준을 심의하는 기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검찰인사위의 의견을 듣도록 했더라도 사실상 법무부 장관 마음대로 인사를 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검사 인사에서 검찰총장을 배제한 것'이라는 지적은 엄밀히 따지면 사실과 다르다.

개혁위는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에게 검사 인사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권한을 폐지한 대신 검찰인사위에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즉 검사 인사에 대한 의견을 직접 법무부 장관에 내는 대신 검찰인사위를 통하도록 변경한 것이다. 검찰인사위를 거쳐 의견이 전달되도록 하면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깜깜이 인사 논의' 관행이 보다 투명한 방향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그간, 결정된 인사안을 그대로 추인하는 '고무도장' 역할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온 검찰인사위를 실질적 심의기구로 만드는 내용도 지난 5월 18일 내놓은 개혁위의 권고안에 포함돼 있다.

우선 장관의 요청이 있을 때만 소집되던 검찰인사위를 월 1회 소집되는 정례화 기구로 변경하도록 했다. 또 법무부 장관에 구체적 내용을 담은 검사임용안을 제출하도록 한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인사원칙과 기준만 마련하던 형식적인 기구에서 벗어나 소위 '인사판을 짜는' 실질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변인은 "총장의 인사권 행사는 서면의 형식으로 검찰인사위를 거치도록 해 객관화하고, 동시에 장관의 인사권은 사실상 검찰인사위에 기속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연합뉴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27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