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人터뷰] 강세찬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대 교수

[한라人터뷰] 강세찬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대 교수
제주 담팔수로 코로나19 치료제 도전장
  • 입력 : 2020. 09.21(월) 00:00
  • 서울=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대상포진 치료제 바탕 인도서 코로나 치료제 임상 승인
"제주, 생약 자원 뛰어나 인프라 구축해 산업화 해야"

제주에서 널리 자생하는 담팔수 추출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전 중인 제주인이 있다. 강세찬(47·사진)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대 교수(경희대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장)가 그 주인공. 강 교수가 이끌고 있는 (주)제넨셀·경희대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 연구팀은 최근 담팔수 추출물 코로나19 치료제로 인도 중앙의약품표준관리국(CDSCO)으로부터 임상 2·3상을 승인받아 임상에 돌입했다.

강 교수와 지난 18일 경희대 국제캠퍼스 생명과학대학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담팔수가 대상포진 치료제에 효과가 높다는 것을 확인해 '2017 생명산업과학기술대전'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제주 담팔수는 소염·진통·해열기능에 항바이러스 효과까지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몸 속 수두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해서 발병하는 것이고, 코로나19는 외부에서 감염되는 바이러스죠. 대상포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까지 나서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임상 시험 건수는 수 천 건에 이른다. 전 세계 대형 제약사는 물론 민간 연구자들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개발 희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은 상황. 강 교수의 임상시험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인도에서 긴급으로 이뤄져 결과가 우수하고 확실한 데이터가 나오면 임상3상을 면제받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으로 진행되는 방식이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제가 임상을 추진하고 있을 때 국내 환자 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기에 임상 연구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인도는 인건비가 싸고, 환자도 많은데다, 담팔수가 아유르베다(Ayurveda, 전통의학)에 등재돼 있어 빠른 임상이 가능했습니다. 내년 초쯤 임상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올 경우 인도에서 치료제로 본격 활용이 가능해지고 한국과 인도 등 국제 공동임상을 통해 글로벌 제약시장으로의 진출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담팔수는 제주 도민들에게는 가로수로 인식돼 있을 뿐 약재로서의 효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치료제 연구를 위해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담팔수를 직접 재배했다. 만일 인도에서의 임상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치료제 공급을 위해서는 담팔수 대량 재배가 시급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제가 연구한 제주 담팔수만으로 치료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평당 1.5그루, 나무 하나당 1일 투여량 기준 100명 분이 가능합니다. 인도에서 치료제로 시판될 경우 10만평 규모 재배가 필요하지요. 만일 재배가 어려울 경우 기후가 비슷한 중국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제주가 코로나19 치료제 담팔수의 자생지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만큼 제주 지역의 협조도 요청해볼 계획입니다. "

그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식물 대부분이 한라산에 자생하는 제주는 생약 연구의 최적지라고 평가했다.

"생약 연구는 제주도의 매우 중요한 산업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제약 기업의 연구소를 제주에 유치하는 등의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지요. 연구 인프라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합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처음으로 연구한 과제가 감귤병(푸른곰팡이) 억제재였다. 감귤 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농약에 직접 노출되는 걸 보고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는 천연물 농약을 개발하고 싶었고 특허출원까지 했었다. 그는 안전하고, 확실한 효능이 있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빠른 시일내 개발되기를 소망했다.

"담팔수 추출물과 같은 천연물 신약 개발은 기후가 매년 달라져 규격화가 어렵고, 작용 성분의 명확한 규명이 어렵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제 연구도 담팔수라는 모든 성분을 밝힌 게 아니지만 천연물의 장점은 다양한 성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누가 빠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확실한 약이 나오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백신이든 혈장치료든 천연물, 합성물이 됐든 그 중에서 정확하고 안전한 치료제가 나와야 합니다. "

▶강세찬 교수는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으로 남원중과 오현고, 성균관대에서 생명약학 석·박사를 받고 현재 경희대 생명공학원 교수,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25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