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포스트 코로나’ 제대로 준비를

[현영종의 백록담] ‘포스트 코로나’ 제대로 준비를
  • 입력 : 2020. 09.28(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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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신혼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미국의 나탈리·서빈 에스파니는 코로나19로 결혼식을 취소해야 했다. "100여명의 하객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결혼식장부터 하객 접대까지 모든 예약을 마친 상태였다. 결혼식을 취소하면서 비용으로 준비했던 3만5000달러(약 4072만원) 가운데 거의 1만5000달러(약 1745만원)를 허공에 날려야 했다.

부부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남은 돈으로 캠핑카를 만들어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부는 1만1000달러(약 1279만원)를 투자해 밴을 구입, 차량을 개조했다. 신혼여행 직전 캠핑카 앞에서 '스몰 웨딩'을 치렀다. 그리고 펜실베이니아로 여행을 떠났다.

A씨는 몇달 전부터 늘어난 업무로 정신이 없다. 휴가는 고사하고 주5일 근무도 제대로 누리지를 못한다. 정년 퇴직 후 소일 삼아 선택한 직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특수로 업무가 폭주하면서 눈코 뜰 새가 없을 지경이다. A씨의 회사는 대도시 소비자를 겨냥해 TV 홈쇼핑과 인터넷 판매에 주력해 왔다.

B씨는 산·오름을 찾는 것이 요즈음의 하루 일과이다. 음식점에서 근무했던 B씨는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었다. 당장이야 실업급여로 생활한다 해도 급여가 끊어지는 몇 달 후가 걱정이다. 감귤 수확철이 되면 일거리를 찾아 볼 요량이지만 경험이 일천해 불안하다.

C씨 일가는 이달 초 성인 남성들만 모여 벌초를 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온 일가가 모이던 예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었다. 점심도 식당이 아닌 출장 뷔페를 불러 현장에서 해결했다. 제사·추석도 가족끼리만 치르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구촌 경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업종간 희비도 극명하다. 일부 업종은 뜨고 몇몇 업종은 쇠퇴하거나 사라지고 있다. TV홈쇼핑·인터넷을 활용하는 비대면 업종은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연구개발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등에선 오히려 창업이 늘었다. 반면 일부 전통산업은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문화산업·관광업·숙박음식업 처럼 사람과 직접 대면하는 업종들이 주종을 이룬다.

정부는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내놨다. 디지털 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디지털 뉴딜', 저탄소·친환경 경제에 대비하는 '그린 뉴딜', 양극화 심화 요인을 제거하는 '안전망 강화'로 대표된다.

제주자치도 또한 '제주형 뉴딜 종합계획'을 준비중이다. 얼마 전엔 제주자치도의회와 '제주형 뉴딜TF'를 공동 구성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기존 정책의 재탕·짜깁기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지역과 전혀 다른 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 특성상 '맞춤형' 계획은 필수적이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창업벤처연구실장의 제언처럼 비대면 중심의 판로 개척, 청정지역으로서의 제주의 탁월함을 부각시키는 클린 제주·안전 제주의 인식 확산, 원격회의·플랫폼·무인배송·맞춤관광 등의 비대면 기술 응용 분야의 사업화 노력 등이 절실하다. 제주의 미래를 위한 치열한 고민과 역량의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즈음이다.

<현영종 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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