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kt 선발 데스파이네. 연합뉴스
야구 용어 중 '이닝 이터(inning eater)'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투수를 가리킨다.
이닝 이터는 주로 팀 내부에서 많은 박수를 받는다.
부상 위험과 체력 저하 등 많은 위험 요소를 감내하면서 팀의 불펜 소모를 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닝 기록은 승리, 평균자책점에 가려져 있었지만, 최근 중요한 평가 지표 중 하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 시즌 200이닝 (144경기 체제) 투구 기록은 큰 의미를 지닌다.
200이닝 돌파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계산해보면 알 수 있다.
선발 투수는 부상 등으로 로테이션에서 이탈하지 않고 5일 휴식 간격으로 등판하면 30경기 안팎(144경기 체제 기준)의 선발 등판 기회를 받는다.
200이닝을 뛰어넘기 위해선 한 경기 평균 6⅔이닝 정도를 던져야 한다.
선발 등판 일정을 거르지 않고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수준의 경기력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단 한 번이라도 등판을 거르거나 조기 강판하면 200이닝 달성 가능성은 매우 작아진다.
200이닝 기록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최근 KBO리그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한 시즌 200이닝을 돌파한 투수는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헥터 노에시로 3년 전인 2017년에 201⅔이닝을 던졌다.
2018년과 지난 시즌엔 단 한 명도 200이닝을 돌파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한국 최고의 투수들에게도 200이닝 기록은 버거웠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서 딱 두 차례 200이닝을 넘겼다.
2006년과 2007년에 200이닝 돌파 기록을 달성한 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200이닝을 던지지 못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2007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SK 와이번스에서 뛰었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도 200이닝 기록은 큰 벽이었다. 그는 한 번도 200이닝을 돌파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 200이닝 돌파에 도전하는 투수가 있다.
kt wiz의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29경기에서 179⅓이닝을 책임지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데스파이네가 200이닝에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엔 희생과 배려의 가치가 녹아있다.
그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그가 KBO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었던 건 다른 투수들보다 하루 적은 4일 휴식 간격으로 선발 등판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혹사 논란도 있지만, 데스파이네는 본인이 짧은 등판 간격을 팀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 시즌 남은 기간 4∼5차례 정도 선발 등판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경기 평균 5이닝 정도를 소화하면 3년 만에 200이닝을 돌파한 선수로 기록된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29차례 선발 등판 경기 중 27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던졌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 200이닝 돌파는 무난해 보인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