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예술가는 천재인가?

[김연주의 문화광장] 예술가는 천재인가?
  • 입력 : 2020. 10.13(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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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고정관념을 갖고 살아간다. 그중에도 예술가를 둘러싼 편견은 이상하리만치 공고하다. 예술가하면 천재, 광기, 자유로운 영혼과 같은 수식어가 저절로 떠오르니 말이다. 물론 예술가의 특성으로 이런 용어가 등장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기술자, 장인이었던 사람이 르네상스 이후 창조자로서의 예술가로 여겨지면서 예술가의 특성으로 천재, 광기, 자유의 개념이 결부됐기 때문이다.

천재성과 광기를 지닌 예술가 모습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들도 있었다. 거의 혼자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4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미켈란젤로나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고흐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예술가의 이런 삶은 '불행한', '고독한'이라는 형용사를 천재라는 단어의 앞자리에 항상 놓이게 했다. 천재는 자신의 시대에는 인정받지 못 한다는 인식도 생겨났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술가는 자의식이 강하고 자유로운 자이기에 위대하다고 여겨졌다.

자유를 추구하는 광기 어린 천재라는 예술가 개념은 현대 예술가에게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게 했다. 이런 모습에 가까울수록 예술가는 높은 인기를 얻었고 진정한 예술가로 여겨졌다. 천재의 개념은 예술가를 신격화했고, 인기는 작품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고흐가 자살할 때 사용했다고 추정되는 권총이 2019년 6월에 열린 경매에서 2억 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예술가의 신격화는 부작용도 낳았다. 예를 들어 미술사 연구에서 새로운 관점의 수용을 더디게 한다.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명화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현재 거장이라고 불리는 르네상스 화가들이 작품 제작에 광학 도구를 사용했다는 주장이나, 퓰리처상을 받은 스티븐 나이페와 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가 '고흐 평전'에서 고흐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주류 미술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금껏 쌓아 올린 예술가의 신화가 이런 주장으로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예술가의 모습에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있고, 이런 고정관념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예술가의 개념은 현대에 와서 큰 변화를 겪었다. 예술가는 반예술을 주장하며 예술의 창조자에서 파괴자로 돌변하더니, 지역의 역사·민속을 탐구하고, 지역민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지역에서 명성을 얻은 작가는 자연스레 지역 홍보대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예술가가 창조자인 신의 자리에서 내려와 역사학자, 기획자, 중재자, 교육자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활동 영역이 예술에서 사회·일상으로 확대되며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이 커졌다. 예술가가 우리 곁으로 오자 이제는 오히려 예술가를 천대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책위반자에게 예술가는 지원금을 조금씩 골고루 나눠주면 되는 존재다. 또는 여전히 예술가를 신의 자리에 올려놓고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존재로 치부한다. 예술가는 지원하지 않고 전시, 공연 등에 필요한 경비만 지원한다. 코로나 이후 바뀔 예술 생태계에서 예술가를 위한 지원 정책은 고정관념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예술가의 활동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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