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연의 문화광장] 미술생태계 조성 및 활성화 방안

[이나연의 문화광장] 미술생태계 조성 및 활성화 방안
  • 입력 : 2020. 10.20(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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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란 특정 영역 안에 살아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생태계란 단어가 자연을 넘어서 사용되면 스타트업, 문화, 미술생태계처럼 각 분야로 나뉘어 표현되곤 한다.

생태계와 잘 어울리는 형용사는 다시 지속가능, 활성화, 회복 혹은 조성이다. 지금 제주의 미술생태계와 적합한 표현이라면 조성과 활성화가 될 것 같다. 제주의 미술생태계 조성 및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해봄직도 하다. 제주에선 제대로 작동하는 미술생태계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기 때문인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순환되려면, 생산-유통-소비-생산의 체인이 착착 굴러가야 한다. 제주에선 일단 예술품의 생산은 되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등의 공기관에서 창작지원금이 넉넉하게 지원되는 편이고, 수도권에 비해 경쟁률도 높지 않다. 각종 전시와 미술관련 행사, 작품 창작을 위한 비용은 세금에서 시작된다. 유통과 소비로 넘어가면 이제 제주의 미술생태계는 길을 잃는다.

개별 작가의 작업실에서 제작된 창작품은 갤러리나 미술관, 대안적 공간 등을 통해 발표되고, 이 창작품은 다음 전시로 이어지거나 드물게는 컬렉터를 만나 판매 돼야 한다. 그런데 이 중간 유통과정을 맡아서 진행해줄 중간거래자, 다른 말론 화상 혹은 갤러리스트가 부재한 것이다. 갤러리의 유무와 상관없이 갤러리스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작가를 소개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경로는 갤러리 외로, 아트페어나 경매 등 다양한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화상의 부재 이유로 돌아와 보자면 제주엔 결국 소비자, 즉 컬렉터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소비자가 있으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소비자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이 생기지 않고, 시장이 없으면 보통 생산을 멈추게 된다.

여기서 다시 문제, 예술의 특성상 소비자를 찾지 못한 채로도 생산은 왕성히 일어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가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기도 하다. 환금화되지 않는 노동에 대한 공감을 얻기가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이 환금화되기 어려운 예술품을 돈으로 바꾸는 갤러리스트의 역할은 소비자가 없는 제주 실정에선 연금술사에 가깝다. 돌을 금으로 바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미술시장은 보통 1차(primary) 시장과 2차(secondary) 시장으로 나뉜다. 1차 시장은 갤러리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작가의 신작을 전시를 통해 소개하며 최초로 거래가 시작되는 지점을 말한다. 2차 시장은 이미 최초 거래가 이뤄진 작품을 재거래하는 경매를 주로 말하고, 때로 갤러리나 아트페어를 통해서 이뤄지기도 한다.

경매와 아트페어에서도 전시의 기능과 신작을 최초로 거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1, 2차 시장은 서로 유연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술생태계를 위해서는 1차 시장과 2차 시장이 모두 중요하다.

제주에선 대안적 아트페어나 미술행사들이 시장 조성의 시작단계에 있다. 초기부터 건강한 미술생태계가 구축되기 위해, 갤러리스트과 컬렉터를 길러내는 프로그램들도 많이 생기길 기대한다. <이나연 독립큐레이터·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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