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의 문화광장] 제주형 주거복지 모델, 이제는 내놓을 때다!

[양건의 문화광장] 제주형 주거복지 모델, 이제는 내놓을 때다!
  • 입력 : 2020. 11.10(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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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미술대전에서 제주건축대전이 분리 운영된 원년으로서, 이는 제주 문화예술계 내에서 건축의 독자성을 획득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건축대전의 운영을 위탁받은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는 타 지자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해외건축가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하고 참가자격도 확대하는 국제화의 전략을 세웠다. 첫 번째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일본건축가 '나카 토시하루'는 '지역사회권주의'라는 의미 있는 책자를 제주건축계에 소개한다. 한국에는 '마음을 연결하는 집'으로 출판됐는데, 가족개념이 무너진 현대사회에서 '거주한다는 것'의 새로운 정의와 일본건축가들의 연구 제안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의 근저에는, 거주와 인간의 존재를 연계하는 '하이데거'를 인용하지는 않지만, '주거는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한 인문적 공간'이란 주장이 깔려있다. 결국 주거를 논할 때 그 사유의 출발은 '거주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제주 주거복지 정책의 시좌는 어떠한가? 각종 정책에 의한 사업의 성과는 시행기관인 제주개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이 어느 지역에 몇 세대를 공급했다는 홍보내용 일색이다. 입주자들의 삶과 연관된 주거형식이나 삶의 질에 대한 평가와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제주 주거복지를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의 철학 부재와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이 정책의 사업구조를 들여다보면, 공공적 디벨로퍼인 제주개발공사 등이 사업시행사이고, 주거복지센터는 진보한 형태의 부동산 중개인이며, 제주특별자치도가 사업을 기획하고 위탁·감독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제주형 주거복지의 철학을 세우고, 개념을 정립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할 조직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주거복지를 주제로 행해지는 각종 심포지엄마다 '제주형 주거복지모델 수립'을 습관처럼 선언하지만, 그 후속의 조치는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제주의 갑갑한 현상에 수년전 소개받은 '지역사회권주의'를 다시 꺼내보게 된다. 연구진은 1인 1가구의 증가로 가족이 해체된 현대사회의 대안으로써, 개방성의 주거형식에 의한 지역공동체와 그에 의해 운용되는 작은 경제단위로서 '지역사회권'을 제안한다. 이 제안은 아이러니하게도 10년 전 우리나라의 '판교 하우징' 프로젝트에서 일본의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에 의해 실현된다. 기존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완전히 전환하는 주거형식으로 초기 입주자들의 불만이 대단했으나, 최근 현장을 다시 찾은 건축가에게 입주자들은 환영과 감사의 말을 전한다. 지역사회권의 공동체를 통해 새로운 삶의 가치를 알게 됐다고….

이웃나라 건축가들의 연구와 수도권의 주거단지를 돌아보며, 제주형 주거복지 정책이 선언에 그치거나, 이름만 제주형인 정책에서 탈피하는 혜안이 발휘돼야 할 때임을 실감한다. 언제까지 몇 세대 공급이라는 양적 목표에만 매몰돼 있을 것인가! 제주형의 주거복지 모델 연구는 '안팎거리 살림집'이라는 제주 고유의 주거문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더불어 마땅한 연구조직이 없는 현 상황에서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공건축가 그룹을 활용하는 것도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제주형 주거복지 모델의 신선한 제안을 이제는 내놓을 때다! <양건 건축학 박사·제주 공공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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