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의 편집국 25시] 양치기 소년

[송은범의 편집국 25시] 양치기 소년
  • 입력 : 2020. 11.26(목)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은 누구나 알 정도로 익숙한 동화다.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하고, 거기에 반응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희열을 느끼면서 거짓말을 반복한다. 결국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양을 모두 잃는다는 이야기다.

“도민만 바라보겠다”, “아직 대권 도전을 선언하지 않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중앙정치 진출 혹은 대권을 노린다는 질문을 받을 때 답했던 말들이다. 하지만 발언 후에는 어김없이 중앙언론에 모습을 비추며 대선에 출마할 뜻을 밝힌다.

하나의 공식처럼 이뤄지는 원 지사의 행보를 보면서 자신의 거짓말에 속은 마을 사람들을 보고 희열을 느끼는 양치기 소년이 떠오른다. 제주에서는 부인하고, 서울에서는 도전하겠다고 하는 모습이 도민을 갖고 노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지난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검찰로부터 벌금 100만원을 구형받은 일도 있었다. 지난해 1월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설 당시 재판부에 "이번 계기로 선거 관련된 부분에 대해선 좀 더 꼼꼼하고 엄격하게 챙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호소'가 '허언'으로 바뀐 것이다.

이 밖에 '송악선언'이라는 것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개발사업들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이 선언도 '난개발 선봉장'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초장부터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원 지사의 결말이 양치기 소년과는 같지 않기를 바란다. '진짜' 대권 도전을 선언했을 때 '송악선언'처럼 아무런 호응을 받지 못하거나, 재판에서 괘씸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아 지사직을 잃게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송은범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52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