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작가가 촬영한 제주 흑우.
제주 흑우가 제주에서만 서식한 '고유품종'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주대학교 제주흑우연구센터는 최근 생명공학 분야의 핵심기법인 '유전체학'을 도입해 제주흑우를 한우와 국내산 젖소, 일본 와규(화우종), 서양 주요 상업 품종 등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제주흑우는 한우와 일본 와규 등 다른 품종과 유전적 특성이 다르고, 제주의 환경에 적합하게 적응돼 타 품종과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음이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주흑우는 다른 품종의 진화트리 분지와 확연하게 다른 독립된 분지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유전적 정보의 특이성을 군집으로 나타내는 PCA(주요성분 분석)에서도 다른 품종과는 차별화된 유전적 특성을 나타냈다.
이어 영양학적 특성 규명에서도 제주흑우는 불포화지방산과 면역력 강화 관련 아미노산인 글루타민 함량이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으며, 특히 감칠맛과 풍미증진 관련 기능성물질인 올레인산 함량도 다른 품종보다 높았다. 자세한 함유량을 보면 ▶불포화지방산 ▷흑우 62.23% ▷한우 54.75% ▷와규 57.30% ▶글루타민 ▷흑우 29.67% ▷한우 18.73% ▷와규 25.76% ▶올레인산 ▷흑우 55.1% ▷한우 48.5% ▷와규 49.9% 등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제주흑우의 근친을 피할 수 있도록 개발된 교배 프로그램을 활용해 개체수를 유지할 방침이다. 또 높은 올레인산 함량을 활용한 육질 특화 항목을 발전시켜 규격화된 고품질 제주흑우의 대량생산기반도 구축하기로 했다.
박세필 제주흑우연구센터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천연기념물 제주흑우가 제주에만 서식해온 차별된 특성을 지닌 품종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며 "향후 제주흑우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흑우는 고려, 조선시대 삼명일(임금생일·정월 초하루·동지)에 정규 진상품으로 지정됐고, 나라의 주요 제사 때도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1938년 일본이 '한우표준법'을 제정, 일본소는 '흑색', 한국소는 '적갈색(황색)'을 표준으로 한다는 '모색통일' 심사규정을 제정하면서 고유 지위를 상실한 위기에 처했지만 다행히 2004년 FAO(국제식량농업기구) 한우 품종의 한 계통으로 공식 등록된 데 이어 2013년 7월에는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