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공남 위원장.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학생들이 청원한 '학생인권조례'가 어른들의 손에 의해 뜯어 고쳐졌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가 발의된 조례안을 폐기하고, 자신들이 변경한 '대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올려 버렸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부공남)는 18일 제390회 1차 임시회를 열고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 인권 조례안'을 부의하지 않고, 교육위가 만든 대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도의회 교육위가 변경한 주요 내용은 학생의 인권 침해에 대한 상담·구제·인권교육을 실시하는 '인권옹호관'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다.
먼저 인권옹호관은 타시도 교육청에서 인권옹호관제도의 불합리한 점들이 나타나는 점을 감안, 제주도교육청 소관 부서 내에 인권교육센터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또 상담조사 업무를 심의·자문하기 위해 학생인권구제 소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어 차별받지 않을 권리의 범위가 대폭 줄어들었다. 폐기된 조례안에는 성적(性的) 지향이나 임신·출산 등 20여가지 권리가 담겨진 반면 교육위가 만든 대안에는 성별, 종교, 나이, 출신지역, 장애, 용모나 신체조건, 징계, 학업 성적은 물론 빈곤, 다문화가정, 학교 부적응학생 등 9가지 권리로 대폭 축소한 것이다.
부공남 위원장은 "학생들의 조례 제정 청원에 대하여 도내 교사 2000여명이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며 "이에 따라 찬반 양측과의 의견을 수렴,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사항들을 삭제·수정해 조례 제정 이후 학교 현장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위원회가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제주학생인권조례제정연대 관계자는 "인권옹호관 부분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다. 조만간 유감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