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파도 사이 제주성 품은 한글서예"

"바람과 파도 사이 제주성 품은 한글서예"
팔순 현병찬 선생 자서전 문예재단 원로예술인 지원사업 출간
제주어와 한글서예 만남· 실험적인 붓글씨 등 창작 세계 확장
  • 입력 : 2020. 12.21(월) 18:53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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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가 현병찬 선생이 휘호하고 있다.

한글서예의 대중화에 힘을 기울였고 제주어와 한글서예의 만남을 주도해온 제주 서예가 한곬 현병찬 선생. 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 이사장을 맡는 등 일생을 한글서예에 헌신해온 그의 지난 작업 여정을 망라한 한 권의 책이 나왔다. 2020 제주문화예술재단 원로예술인지원사업으로 묶인 '먹내음 붓길따라'다.

'한곬 현병찬의 서예활동'이란 부제에서 짐작하듯 총 500쪽이 넘는 이 자료집은 자서전 형식으로 팔순이 된 제주 예술인이 걸어온 길을 조명했다. 일찍이 교직에 몸담으며 한글서예 운동을 펼쳤고 초등 교장으로 퇴임한 후에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서 먹글이있는집을 운영하며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현병찬 서예가의 어제와 오늘을 만날 수 있다.

한곬 선생은 1992년 한글 궁체 작품으로 한국미술협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서예 대상을 받았다. 필방에 가서 화선지 500매를 사서 쓰고 또 쓰며 얻은 결실이다. 한글서예를 빛낸 공로로 원곡서예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엔 재단법인 외솔회의 제41회 외솔상 공로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한글서예를 활발한 창작의 무대로 이끌었다. 정음체, 고체, 판본체로 불러온 곧은글을 쓸 때는 글자간의 대소 차이, 획의 굵기 변화, 먹의 번짐 등으로 실험적인 붓글씨를 선보였다. 제주어 표기 문자 등 3000여 자를 써서 발표한 곧은글 미소체는 현재 컴퓨터 폰트로 사용되고 있다. 민체로 칭하는 나름글씨도 독창성을 더해 자유분방한 한글 서체의 특징을 알렸다. '한글' 두 글자를 왼손, 오른손 번갈아가며 크고 작게, 때로는 진하고 희미하게 변화를 주면서 창작하거나 '웃음'을 춤 형상의 붓글씨로 표현하는 등 그가 보여준 한글서예의 세계는 크고 넓다.

현병찬의 '나눔'.

특히 그는 제주어 살리기와 교육 활동에 힘쓰고 있다. 제주 노동요의 서예 작품화를 통해 옛글의 바른 표기와 바른 발음 연구에 나서고 제주말씨학생서예대전 등을 운영해왔다.

김유정 평론가는 "현병찬의 서예는 한마디로 오래도록 처마 아래서 낙숫물 질 때까지의 수련을 통한 결과"라며 "현병찬은 나무 사이 돌·바람과 바다의 파도 사이에서 살아가는 제주인의 삶의 모습을 담았다. 이것이 그의 한글서예의 제주성이다"라고 했다.

자료집 발간에 맞춰 먹글이있는집에서 기념전이 펼쳐지고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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