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는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 시간이었다. 사회의 구조에서 개인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는 올 한해를 지배한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말들만 살펴봐도 그 파급력을 실감할 수 있다. 비대면(Untact), 영상 대면(Ontact), 코로나 우울(Corona Blue), 세계적 대유행(Pandemic), 코로나 이후(Post Corona), 새일상(New normal), 그리고 코로나 일상(With Corona)까지.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인류의 거의 모든 것을 뒤흔든 일대 사건으로 인하여 대면 사회는 '비대면' 사회로 바뀌었고, 직접 대면이 어려우니 '영상 대면'이 성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확찐자'들은 '새 일상'의 나날 속에서 '코로나 우울'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던 사람들은 이제 '코로나 일상'의 현실에 적응하며 코로나 종식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라 '위드 코로나'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모든 영역과 마찬가지로 미술계에서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며칠 전에 국립현대미술관 협력망 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공립미술관 큐레이터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비대면 시대 미술관 대응 및 온라인 전시 사례 공유'라는 주제로 온라인 토론을 벌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를 맞아 각 미술관들의 대응 방식을 공유했다. 온라인 프로그램의 사례들을 나누고, 안팎의 평가와 보완책을 이야기했으며, 2021년에도 지속될 상황에 대한 준비 상황 등을 의논했다.
미술관의 변화한 풍경을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견인하면서 상호 보완하는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온라인 전시의 새로운 문법과 감각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면이 불가피한 교육 쪽은 전시에 비해 타격이 커서 온라인 콘텐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제 온라인 전시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스크립트와 동선 구성 등에서 나름의 길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덕분에(?) 소장품 등록과 연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다양한 감상 방법의 개발, 대면교육을 대체하는 교육키트 활용, 작업실 공간 소개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19 대응책은 미술관의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렇듯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상황은 2019년까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4차 산업혁명 논의를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래가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와중에 파국이 들이닥쳤고, 우리는 지금 심각한 위기의 국면을 지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위기, 불평등으로 인한 계급 위기, 그리고 정보의 생산과 공유 방식의 변화, 즉 정보 양식의 변화에 따른 정보 위기 등이 그것이다. 역병과 함께 도래한 이 위기의 시간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답은 지금 우리들의 삶 속에 존재한다. '(ㅇㅇㅇ) 이후' 논의보다 '(ㅇㅇㅇ) 일상' 실천이 점점 더 소중해지는 이유다. <김준기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