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ED 지상전] (2)문창배의 ‘시간-이미지’

[갤러리ED 지상전] (2)문창배의 ‘시간-이미지’
풍파 견뎌온 몽돌에 잃어버린 고향
  • 입력 : 2020. 12.29(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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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 앞에 선 이들은 두 번 놀란다. 사진을 찍어놓은 듯 섬세한 붓질로 표현된 대상의 정교함에 놀라고, 그 한 폭의 그림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들인 공력에 또 한 번 놀란다. '시간-이미지' 연작으로 알려진 제주 문창배 작가다.

중앙대 서양화과, 중앙대학원 서양화과(석사)를 졸업한 문 작가는 어느 한 시절 제주를 대표하는 청년 작가로 이름을 높였다. 전업 작가로 제주는 물론 서울, 경기, 프랑스, 중국에서 열었던 개인전만 26회에 이른다. 지난해엔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하는 제3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에서 양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갤러리 이디 초대전엔 50호 크기 내외의 작품 4점을 선보이고 있다. '시간-이미지' 연작으로 2018~2019년에 작업한 작품들이다.

귀향하기 전에 발표한 '시간-이미지'는 제목은 같되 지금 우리가 보는 작품과는 다르다. 당시 '시간-이미지'가 고색창연한 기와를 통해 관념 속 풍파를 그렸다면 2004년부터 천착해온 '시간-이미지'엔 유년의 기억 속 탑동 앞바다 몽돌이 자리하고 있다.

바람과 파도를 견뎌온 몽돌의 모습은 실제론 똑같이 존재하지 않는 '피사체'이나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며 세월의 파고를 헤쳐온 우리의 삶을 은유한다. 작가는 바다에 잠기거나 반쯤 몸체를 드러낸 몽돌을 통해 고향의 상실, 존재의 원형,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서는 사유의 순간을 나눈다.

그가 지난해 18년 만에 공모전 도전에 나선 건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시간-이미지' 시리즈를 뛰어넘어 새로운 작품 세계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그의 바람처럼 내년엔 신작들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문 작가는 앞서 제주도미술대전 2004~2005년 연속 대상, 2012년 제2회 제주초계청년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제주도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한국미술협회, 한라미술인협회, 미술협회제주도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갤러리 연락처 750-2543.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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