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손 떨려도 로봇팔 전달 안돼100% 의사 통제… 안전 수술 가능환자 몸 훤히 보는 넓은 시야 장점통증·출혈 적어 일상 복귀 빨라보험적용 안돼 고가의 비용 발생
'로봇'은 체코어로 '노동(robota)'이라는 뜻으로,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로섬의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 희곡에서 '로봇'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주며, 사람과 유사한 모습과 기능을 가진 기계, 혹은 스스로 작업하는 능력을 가진 기계로 묘사됐다.
희곡 발표 이후 로봇은 상상 속의 기계 혹은 흥미로운 장난감으로 쓰이는 것에 불과했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실생활과 산업 현장에서 서서히 사용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로봇은 의료현장에서도 쓰여지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 박철민 교수의 도움을 얻어 로봇 수술에 대해 알아본다.
의료용 로봇수술기는 1994년 '이솝'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들어진 후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1999년 마침내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이라는 회사가 다빈치 로봇수술기(da Vinci® Surgical System)를 생산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로봇 수술이 활발히 이뤄지게 됐다. '다빈치'라는 이름은,'세계 최초의 로봇'을 고안해낸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존경을 표하는 의미로 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현재 다빈치 로봇수술기는 전 세계에 3600 대 이상이 설치돼 있고, 지금까지 약 300만 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빈치 로봇수술기 시스템은 수술용 로봇 팔을 최대 4개까지 환자에게 장착한 후, 수술할 의사가 환자로부터 몇 m 떨어진 수술 콘솔(surgeon console)에 앉아 마치 VR (virtual reality·가상 현실)과 같은 입체 영상을 보면서 이른바 '조이스틱'으로 로봇을 조종해 수술하는 시스템이다.
엄밀히 말하면 로봇이 자율적으로 혼자 하는 수술이 아니라 의사가 사람 손과 유사한 로봇 팔을 조종함으로써 로봇이 의사의 손동작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도록 하게 해 정교한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의사가 양 손의 엄지와 검지를 수술 콘솔 안에 있는 골무에 끼운 후 손가락을 움직이면 로봇 팔도 그대로 움직이며 작동한다.
로봇 팔은 100% 의사의 통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며, 손 떨림이 없어 미세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의사의 손이 떨려도 로봇 팔에는 떨림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점은 환자의 몸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넓은 수술시야에 있다. 게다가 3D 고화질 영상으로 환자의 몸속 수술 부위를 비춰 보여주기 때문에, 입체 영화처럼 멀리 혹은 가까이 있는 것을 쉽게 구분할 수 있고, 최대 15배까지 확대해 초정밀 수술도 가능하다. 또 통증과 출혈이 적어 빠른 회복으로 입원 기간이 짧고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
혹의 크기가 매우 크거나 유착이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부인과 영역의 거의 모든 질환은 로봇수술로 대체 가능한데 특히 정교하고 많은 봉합이 필요한 자궁근종 절제수술, 자궁탈출증 수술에 장점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로봇 단일공 수술은 일반적으로 3~4개의 구멍을 통한 수술 대신 배꼽에 2㎝미만의 구멍 하나에 모든 로봇 기구를 삽입해 이뤄지는 수술이다. 기존의 복강경으로 이뤄진 단일공 수술은 봉합을 포함한 기구조작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로봇 단일공 수술로 이러한 단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젊은 여성에서 난소낭종 절제수술이 필요한 경우 로봇 단일공 수술을 하게 되면 배꼽을 제외한 수술 상처 없이 정상 난소부위를 최대한 남기면서 매우 정교하게 봉합해 난소를 보존할 수 있다.
제주대학교병원은 2009년에 다빈치 S 시스템을 제주도 최초로 도입해 부인암, 자궁 근종, 난소 낭종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부인과 수술을 시행해오다가 2020년 7월에는 최신 기종인 다빈치 로봇수술기 X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수술 화면의 해상도를 높였고, 로봇 단일공 수술 및 형광 이미지 등의 신기술도 적용했다.
하지만 로봇 수술에도 단점은 있는데 의사가 직접 만지면서 수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 손처럼 미세한 감각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에서는 수술 부위 조직이나 꿰매던 실을 잡아당기면 당기는 정도를 손으로 바로 느낄 수 있지만 로봇 팔에서는 그런 감각을 느낄 수 없다. 단지 화면을 보면서 시각적으로 조직이나 실의 당기는 정도를 짐작할 뿐이다. 또한 수술 도중 환자의 자세를 바꾸려면 로봇 팔을 환자의 몸속에서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을 중단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므로 로봇 수술을 포함한 모든 수술에는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혹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환자는 로봇 수술이 자신의 질환 치료에 적절한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먼저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선택해야 한다. 로봇 수술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험적용을 받지 못해 수술 비용이 고가라는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서울에 가지않고도 제주지역에서 단일공 수술을 포함한 로봇 수술이 부인과 영역에서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공상과학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직접 수술하는 것은 아직은 불가능하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로봇 수술은 의사의 100% 통제를 받는 수술법으로 유지될 것 같다. 그러나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로봇 수술이 현재 활발히 이뤄지는 것을 볼 때,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발전해 나갈지 알 수 없다. 가까운 미래에는 의사의 통제 없이 로봇이 자율적으로 100% 직접 수술하는 날도 곧 오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있다. 특히 최근 로봇 수술을 통한 원격 수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다른 나라에 있는 환자가 아플 때 한국의 명의가 로봇 수술로 치료해 주는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상민기자
[건강 Tip] 기계가 요리하는 세상… 3D 식품 프린터
섭식장애 있는 고령자 식사 기대
제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도내 모든 학교의 등교가 중단된 상태다. 학생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부터 학부모로 예상하고 있던 일이긴 했지만, 세 자녀의 하루 식사를 준비해 놓고 출근하려니 새삼 학교 급식의 감사함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이럴 때면 "원하는 음식을 누르기만 하면 나올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을 상상해 보곤 한다. 하지만 이게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올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우주에서 피자를 출력하는 3D 식품 프린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기계에 레시피를 입력하고 재료를 넣어주면 기계가 순서와 모양에 따라 재료를 한 층씩 쌓아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을 '3D 푸드 프린팅'이라고 하며, 이것을 실현해 주는 기계가 바로 '3D 푸드 프린터'이다.
3D 프린터로 플라스틱을 출력하는 기술은 이미 많이 들어서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런 기술이 이제는 초콜릿부터 고기까지 음식을 출력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2006년 미국 코넬대학교 호드 립슨 교수 연구실에서 초콜릿, 쿠키, 치즈를 원료로 하는 3D 식품 프린터를 처음 선보인 이래, 현재는 스테이크, 생선, 과일, 햄버거, 치킨까지 구현해내는 세상이다. 더 나아가 단순히 맛과 모양뿐 아니라 개인에 따라 칼로리를 조절해 식품을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 또한 제한된 칼로리만 소비하면서 더 꽉 찬 느낌을 주기 위해 가능한한 많이 씹어야 하는 식품을 3D로 인쇄하도록 시스템을 정의할 수도 있다고 한다.
3D 식품 프린팅 기술의 활용 분야 중 고령친화식품에의 응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5명 중 1명은 씹고 삼키는 것이 어려운 섭식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자들에게는 갈거나, 다져서 점도를 조절한 음식이 제공되는데, 맛은 차치하고라도 외관적으로 식욕을 저하시켜 2차적인 영양문제까지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경우 분쇄형 식품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다시 당근, 닭다리, 스테이크 등 음식의 모양으로 재구성하면 섭식장애 고령자들도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는 최근 집집마다 다 갖추고 있는 주방 가전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이 처음 나왔을 때만해도 비싼 가격 탓인지, 기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소비가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식품을 프린터로 출력한다니…" 아직은 말도 안되는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누가 알겠는가. 언젠가는 집집마다 3D 프린터를 갖추고, 캡슐을 넣어 음식을 뽑고 있을지. <제주대학교병원 영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