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송의 섬’전락 제주, 법만능주의 경계를

[사설] ‘소송의 섬’전락 제주, 법만능주의 경계를
  • 입력 : 2021. 03.10(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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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회가 각종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법만능주의’에 빠져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일각서 ‘소송의 섬’으로 전락했다는 자조까지 나오는 현실은 최근 몇 년간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개발붐과 부동산 가격 폭등 등에 의한 분쟁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사회 특성상 사람간 분쟁은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법대로 하자’는 인식의 팽배로 오는 사회적 폐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지방법원이 밀려드는 민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이달부터 ‘민사 제5부(민사합의부)’를 신설, 운영에 나섰을 정도다. 최근 몇 년간 제주지역에 부동산·건설 분쟁이 크게 늘고, 민사소송 폭증으로 이어져 법원 판사를 늘려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실제 제주지법 민사합의부가 1년에 맡는 사건이 600여건으로, 타 지역 평균 400건보다 1.5배 많다. 사건접수 후 1심 선고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작년 185.5일(전국 평균 160.2일), 2심엔 328.5일(전국 245.4일)로 전국보다 더 오랜 시간 걸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도내 폭발적인 민사소송 증가는 사법연감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연도별 민소건수를 보면 2017년 6898건, 2018년 8039건, 2019년 8417건, 2020년 9040건(잠정)으로 가파른 상승세다. 주 내용도 부동산 소유권, 건물 명도·철거, 손해배상, 공사대금 등으로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인한 소유권 주장과 건설 관련이다.

소송 남발은 제주 사회의 병리적 증후를 보여주는 한 사례로 꼽힌다. 부동산과 돈이라는 ‘물질’ 우선에 상대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극단적 이기주의, 지나치게 땅과 돈에 집착하는 물질만능주의가 빚은 결과다. 제주가 법 이전에 대화와 타협, 그리고 사람 우선의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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