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창배 작가가 16일 한라일보 1층 갤러리 이디에서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 관람객이 그에게 말했다. "신문으로 접했을 땐, 사진인 줄 알았어요. 전시장에 와서 살펴보니 세필로 다듬어진 정성과 여운이 있었습니다." 그는 답했다. "실제 사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인데, 사진 같다고 착각을 합니다. 저는 그 착각에 중점을 둡니다. 마음이 통했을 때 사진처럼 보인다고 생각하거든요. 직접 전시장에서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며 감성적으로 접근하기를 바라는 겁니다."
16일 오후 3시 한라일보 1층에 자리 잡은 갤러리 이디(ED). 지난달 18일부터 '시간'을 주제로 초대전을 열고 있는 문창배 작가가 관람객들과 만났다. 문 작가는 한미라 갤러리 이디 관장이 진행을 맡은 '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해 작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전업작가로 4년 만에 펼친 개인전에서 문 작가는 종전과는 다른 방식의 '시간-이미지'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작업에 변화를 주면서 신발 소재 그림에 예술가의 일상을 투영시켰던 그는 이번에 화면 속 몽돌과 바다와 파도를 통해 또 다른 삶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18년 가까이 이어온 돌 소재 작업으로 몸에 이상이 생겨 목디스크 수술을 하는 등 아픔을 겪었는데 이 과정에서 메스를 이용한 파도 시리즈의 '시간-이미지'가 탄생했다. 심상에 따라 흑백이 품은 '다채로운' 빛깔이 떠오르는 작품들이다.
"작품이 변화하는 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림을 망쳐 뒤처리를 하는 과정에 칼로 긁어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새롭게 다가왔어요. 유화 대신 아크릴물감으로 바꾸고 화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스크래치 기법을 위해 외과용 메스를 쓰게 됐죠. 메스는 다른 도구보다 날카롭고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창배 작가.
문 작가는 인물, 동물까지 대중적 소재를 확장하며 작업의 재미를 누리고 있지만 어려움도 있다. 하이퍼리얼리즘 작업의 특성상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15~16시간 꼬박 작업하는 날이 많고 다작도 어렵다. 그는 "작품을 통해 즐거움을 주고 싶은 욕망의 한편에 그걸 표현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작가의 고통이 있다"며 "작가가 견뎌야 할 몫 아니겠느냐"고 담담히 털어놨다.
주말엔 오름을 자주 오른다는 문 작가는 언젠가 자연을 구체화해서 작업으로 보여줄 날이 있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10년이나 15년이 걸릴 지 모르지만 제주 자연에 대한 데이터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다는 그는 "똑같은 자리에 멈춰있지 않으려고 한다"며 "새로운 대상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번 초대전은 4월 16일까지다. 전시장 연락처 750-2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