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탐라의 여명'을 통해 해륙적 관점의 탐라 역사를 그려내겠다는 이성준 소설가.
10권 분량 대하소설 계획
고·양·부의 사연과 만남탐라 건국 직전까지 예정
탐라인의 의식 세계가 반영되었을 개국 신화인 삼성(三姓)신화. 땅으로부터 솟아나왔다는 세 신인(神人)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를 현실의 이야기로 끌어와 상상력을 입혀 탐라의 역사를 풀어낼 장편소설 첫 권이 나왔다. 제주 이성준 작가의 '탐라의 여명'이다.
중등 국어교사를 지낸 이성준 작가는 6년 전 장편 '탐라, 노을 속에 지다'(총 2권)를 낸 일이 있다. 그 소설은 '제주목호의 난'을 다룬 작품으로 작가는 이를 '고려판 4·3'이라고 명명했었다. 중앙의 역사에서 그간 의도적으로 배제당했던 '살아 있는 제주 역사'의 한 자락을 붙잡은 거였다.
'탐라의 여명'도 대륙과 해양의 중앙으로서 탐라를 새롭게 살피려는 노력으로 탄생했다. "제주의 중화는 대륙과 해양의 문화를 흡수 통합하는 사상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중화와는 다른 것"이라는 작가는 "한반도 남쪽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섬" 제주를 벗어나 해양으로 뻗으며 번영을 누렸던 탐라에 주목했다.
이번에 펴낸 1권은 고구려의 태자 영(影)이 한밤중 호위 무사 아지와 함께 피신하면서 시작된다. 왕을 시해하고 동시에 태자궁을 공격해 왕권을 차지하려는 세력 때문이었다. 도망자 신세가 된 태자는 요동 반도의 끝자락 염전지대에 숨어 든다. 이 와중에 영은 아지를 잃는 등 고통을 겪지만 백성들의 처지를 공감하면서 성장해 간다.
소설 속 태자는 고을나로 알려져 있는 탐라 고씨 시조를 모티브로 했다. 작가는 고을나에 이어 앞으로 양을나, 부을나를 차례로 그려내며 세 주인공의 사연과 만남, 그리고 탐라 건국 직전의 상황까지 담을 예정이다. 당초 연차적 출간을 목표로 6권으로 구상했던 장편이지만 10권까지 늘렸다.
방대한 분량의 대하소설인 만큼 작품의 배경은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였던 국내성(현재의 집안) 주변과 서해 북방에 있는 해랑도(海浪島), 서해군도, 제주에 이른다. 거기다 백제, 신라, 왜(일본), 중국 영파, 안남(베트남)을 포괄하게 된다.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도 확장돼 고조선에서 부여, 삼국시대 초기까지 훑는다.
탐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 고조선과 부여, 고구려, 낙랑 등 북방열국의 사료들도 찾아 읽으며 10년 가까이 '탐라의 여명'을 준비했다는 작가는 "대륙사관이 아닌 해륙적(海陸的) 관점에서 제주를 바라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학고방.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