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기후 변화에 대한 극단적 경고를 의심할 때

[책세상] 기후 변화에 대한 극단적 경고를 의심할 때
셀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입력 : 2021. 05.07(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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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적 환경주의 비판
문명 발전의 대응력 제시

2019년 8월,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축구 선수 등 '셀럽'들이 SNS에 아마존의 푸른 열대우림이 불길에 휩싸인 채 연기가 치솟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거기엔 이런 글이 적혔다. "지구의 허파가 불타고 있다." 언론에선 세계에서 가장 큰 열대우림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악몽과도 같은 시나리오가 닥칠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앞서 환경운동가 마이클 셀런버거도 1980년대 말 채식주의자의 길을 택했다. 라틴아메리카 등 여러 지역의 농부들이 목축을 위해 숲에 불을 지르고 원주민을 쫓아내는 뉴스 화면을 접한 뒤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묻는다. 과연 그런가.

마이클 셀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환경과 기후 문제에 관해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중 상당수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담았다.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란 번역본 부제에서 짐작하듯, 그는 '선진국 환경주의자', '환경 양치기', '환경 식민주의자'로 칭한 이들의 모순적 태도를 지적하며 과학과 사실, 과장과 허구를 가려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는 삼림 개간으로 아마존이 분할되고 있고 보존 가치가 높은 생물종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마존 열대우림이 당장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름 끼치는 상상과는 달리 그중 80퍼센트는 건재하다. 나머지 18~20퍼센트만이 개발 가능한 땅으로 여겨지며 삼림 개간의 대상이 될 위험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구의 4분의 1이 빈곤에 허덕이는 브라질의 현실을 모른 채 '소규모 유기농 지역 영농'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보다는 농부들을 특정 지역으로 몰아서 집중시키는 게 최선이고 이를 통해 비교적 온전히 야생 상태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며 원시림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

기후 변화와 멸종을 둘러싼 분노와 공포, 플라스틱의 위협,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조목조목 비판한 그는 '기후 종말론' 대신에 '환경 휴머니즘'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문명을 이루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다른 생명체를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동물임을 겸허히 인정한 결과다. 노정태 옮김. 부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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