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에서 이 한 권의 책을] (3)혼자가 혼자에게

[북클럽에서 이 한 권의 책을] (3)혼자가 혼자에게
혼자와 마주하는 시간들 고독하지만 사색하는 여유
  • 입력 : 2021. 05.27(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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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유연하지 않으면 부러지니
누구의 좋은 풍경도 되어야
‘덜 취하고 덜 쓸쓸하게’ 공감




혼자가 혼자에게


작가가 가장 잘 말할 수 있고, 깊이 아는 대상인 혼자인 자신과 혼자인 타인에게 악수하듯 하는 이야기. 책장을 덮고 나면 오롯이 혼자인 채로 나만 할 수 있는 일,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저자 이병률, 출판사 달>





▶대담자

▷배다연 : '인문고전 독서 모임' 회원

▷한미경 :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한미경(오른쪽)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이 배다연 '인문고전 독서 모임' 회원과 이병률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한미경(이하 한) : 이 책을 읽기 전에 느꼈던 마음은?

▷배다연(이하 다연) : 이병률의 '끌림'이라는 책을 알고 있다. 작가 자체가 굉장히 삶을 사랑하고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혼자가 혼자에게'라는 제목처럼 혼자가 느끼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했다. 책의 몇 페이지만 읽어보아도 그의 시선이 단순히 외로움이나 쓸쓸함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깊이 있는 고독감과 그로 인한 자신에 대한 애정이나 감정, 추억들을 덤덤히 풀어내는 것이 느껴져 요즘 읽기 좋은 책이라 생각했다. 따스한 햇볕 맞으며 바다를 보며 책을 배경음악 삼아 읽기 좋은 책 같다.

책을 읽으면서 시절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가 짙은 책이라 느껴져서, 덩달아 나의 시절에 대해서 회상하고 추억할 수 있어 더 설레며 읽은 것 같다. 흐릿한 그날의 기억을 작가의 표현을 빌려 작은 감정들까지도 세세하게 되짚어본 것 같다. 감정을 담백하지만 깊이 있게 표현하여 한 사람의 추억 속에 배경음을 틀어놓은 듯 읽었다.



▷한 : 이 책에서 끌렸던 이야기는?

▷다연 : '그동안 모른 척했던 나 자신이라는 풍경' 대부분 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살아가지, 나 자신을 배경, 풍경으로 두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나 우리는 풍경이기도 하기에.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아서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나의 인생이 중요하듯 타인의 인생에 있어 좋은 풍경이 되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하는 요즘이다.



▷한 : 우리는 누구나 풍경이 되기도 하고 배경이 되기도 한다. 저는 바람을 느끼고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두라'라는 어떤 부분이 와 닿았는지?

▷다연 :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두라, 내가 요즘 많이 생각하는 것이 유연성이다. 지금까지는 어떤 노력으로 내 실력을 쌓고 증명하는 그러한 삶에 많이 노출돼 있었다면, 요즘에는 그보다는 제아무리 단단한 사람일지도 바람이 통하지 않는, 유연하지 않은 사람은 부러지거나, 힘들게 견디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그 둘 다의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바람결에 흔들흔들 흔들리는 삶을 살되, 단단히 뿌리내려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 : 저도 참 단단한 사람이었는데, 세월이 주는 유연함도 있더라.

▷다연 : 맞다. 아직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한 : 마지막으로 '덜 취하고 덜 쓸쓸하게'를 고르셨는데

▷다연 : 나는 술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유는 제목과 같다. 취하면 더 쓸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덜 쓸쓸하면 덜 취하게 되고, 제목이 찰떡같았다. 결국 혼자이기를 바라지만,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꾸밈없이 담은 것 같아 눈에 띄었다.



▷한 : 선택하신 걸 보면서 '내려놓음'을 느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다른 느낌이 있다는 것이 토론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혼자'이기를 두려워하지만 결국 혼자다. '혼자'라는 말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지 궁금해진다.

▷다연 : 잘은 모르겠지만 그는 일상을 유랑하듯 사는 것 같았다. 여행이란 내게도 혼자 하는 긴 여정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인생 또한 그러한 시선으로 보는 그의 태도가 단단해 보였다. 나 또한 혼자라는 단어는 외로워 슬픈 이미지보다 고독하지만 홀로 사색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은 것, 쓸쓸하지만 정다운 것을 아는 이만이 느낄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감정이라는 것, 무엇보다도 인간은 혹은 인생은 언제나 누구와 함께여도 결국은 혼자일 수밖에 없음을 알기에 혼자의 즐거움을 아는 것의 낭만적인 '혼자'에 관점을 두고 있다. 혼자이기에 좋은 것들이 더 많지 않나 생각했다. 이런 말은 하는 나는 물론 혼자가 아니기에 유독 혼자라는 단어에 낭만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한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는 아직도 '부여잡고 있음'이 느껴진다. 10분 동안 살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다연 : 감사를 하고 싶다.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서 감사한 순간들에 혹은 감사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나누고 싶다. 이별이라는 마침표에 따스한 감사의 한마디가 잘 어울릴 것 같다.



▷한 : 이병률 작가는 '계란말이'가 자신을 덮어주던 따뜻한 음식이라고 했는데, 혹시 칼칼한 날에 나를 덮어주던 음식이 있다면?

▷다연 : 음식은 먹고 살기 위함으로만 여겨져서 음식에 대한 특별한 추억은 없다. 혹시 있는지?



▷한 : 저는 임신했을 때 친정어머니가 해 주셨던 '호박잎 조배기'가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이른 새벽에 일어나 먹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잠자기 전에는?

▷다연 :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갠다. 대개 멍하니 있는데 이불을 개키다 보면 창문 너머로 바깥 풍경이 보인다. 그러면 오늘 날씨가 참 좋구나, 오늘은 흐리구나,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하루를 한 뼘 더 여유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자연이 주는 힘이란 그런 게 아닐까, 하면서 매일 하루를 자연을 보면서 시작한다.

잠자기 전에는 아이와 누워 도란도란 오늘 일상을 나눈다. 아이가 아직 어려 같이 잠드는 일이 많은데 이것도 아이가 커버리면 끝나는 끝이 있는 일상이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의 하루를 돌아보는 일이 많지 않은데 아이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하루는 어떠했나,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아침과 마찬가지로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며 잠이 든다.



▷한 : 참 따뜻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저는 여행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기 전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거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이런 질문도 떠올랐다. 나이가 들면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가?

▷다연 :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얼마 전 비슷한 책 제목이 나와서 참 아쉬웠다. 내가 책을 쓴다면 귀여운 할머니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귀엽다는 것은 어린아이 같다는 말과도 통하는 것 같다. 조금은 엉뚱하고 발랄하고 유쾌한, 세상에 호기심을 꺼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



▷한 :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혼자의 품격'이라는 말에 매료됐다. 혼자서도 품격있게 나이 들고 싶다. 오늘 소중한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문고전 독서모임


2018년도 3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매달 한 권의 고전 책을 읽고 나누고 있다.

일반 독서 모임에서는 고전, 철학책을 쉽게 다루지 않기 때문에 만든 모임으로 회원들 모두 고전 책을 읽고자 하는 의욕 넘치는 분들이 모였다. 인문학 모임답게 책의 내용과 어우러지는 인간의 내면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 이야기를 어디에서보다 깊이 있게 거리낌 없이 나눌 수 있는 모임이다. 현재 코로나19로 대면 모임은 하지 못하지만, 회원들은 한 달에 한 권은 꾸준히 읽고 있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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