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 영화 속에 나오는 딴 세상 이야기 같던 일들이 우리 앞에 다가와 1년 반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앗아 갔다.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도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할지 알 수 없는 우려가 우리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어쩌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온 세상이 집단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그간의 경과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각자가 극복해 나가야할 과제를 미리 점검해 봐야겠다.
우선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될 무렵, 발생 당사국과 인접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가 심각성을 간과했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거나 존중하지 않았고 국내외적으로 모두가 정치적으로 접근하거나, 요행에 많은 기대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백신이 없었기 때문에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원 차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차단에 모범을 보인 나라들은 국제적인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은 다른 나라로부터 입국이 기피되거나 자기비용으로 격리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외국인을 포함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소요되는 각종 비용은 국민의료보험에서 부담토록하면서 의료보험의 고갈 우려는 아랑곳없이 세계 최고의 의료선진국이 된 듯 했다.
다행이 늦게나마 백신이 보급되면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분들도 있었지만, 7월부터 대외활동 제한이 완화될 것이라는 소식에 백신 접종을 망설였던 사람들이 백신접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통제 속에서 살고 있다. 어쩌면 기형적인 비상상황의 연장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를 기화로 형성된 공권력의 불합리가 관성을 갖는 것은 곤란하다. 불가피한 면도 있었겠지만, 민주주의 발전을 제한하거나 손상시킨 부문에서는 원상회복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며, 모든 공직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헌법과 법률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기존의 경제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발생한 산적한 각종 재난과 엄청난 재정지출은 해결해야 할 우리 전체의 과제가 될 것이다. 어쩌면 정부, 기업, 가계에 닥쳐올 부담은 정상회복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신뢰성 있는 조치로 불필요한 손실과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정치일정을 보면 갈등이 사회 내부에 지속적으로 소용돌이 칠 여지가 많다. 국민각자는 이제 혼돈의 환각상태에서 깨어나야 한다.
사회구성원간의 상호 일상적 교류가 차단됨에 따라 외로운 종말을 맞이한 사람들도 많다. 아울러 각 개인은 스스로 소중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고, 젊은 꿈나무들이 다시금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평범한 것, 가족, 그리고 이웃의 소중함을 알고, 사랑과 배려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다. 잃은 것이 많을 지라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소득이 적다고 할 수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얻은 것도 잊어버리면 우리는 상실의 시대에서 헤쳐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김장환 전 광저우총영사·한국외교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