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초토화' 오리엔탈과실파리 제주 첫 발견 '초비상'

'감귤 초토화' 오리엔탈과실파리 제주 첫 발견 '초비상'
지난달 서귀포시 해안가 3곳서 잇따라 확인
제주 정착 시 농업분야 피해액 1조원 육박
  • 입력 : 2021. 07.06(화) 19:13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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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등 과실을 초토화할 수 있는 오리엔탈과실파리. 농업과학도서관 e북 화면 갈무리

농산물 수출·국내 다른지역 유통도 금지될 수 있어

제주지역에서 처음으로 금지 해충인 '오리엔탈과실파리'(Bactrocera dorsalis)가 발견돼 제주 농업에 비상이 걸렸다. 오리엔탈과실파리는 감귤과 망고 등 과일·채소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마땅한 방제 약도 없어 제주에 정착하면 도내 농산물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지역 유통까지 금지될 수 있다.

6일 본지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병해충예찰단은 지난달 2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와 위미리 등 2곳에서 오리엔탈과실파리를 잇따라 발견했다. 이어 열흘 뒤인 남원읍 태흥리에서도 오리엔탈과실파리가 발견됐다. 오리엔탈과실파리가 발견된 곳은 해안가로, 다행히 감귤 등 과일 재배 농가로 전파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리엔탈과실파리는 지난해에도 제주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수차례에 걸쳐 농림축산검역본부 측에 '제주 발견 사례가 국내 첫 유입 사례가 맞는지, 국내 최초 유입 시기는 정확히 언제인지' 등을 물었지만 본부 측은 "공개 여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며 답변을 미뤘다.

과실파리는 우리나라 검역당국이 국내 유입을 가장 우려하는 해충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정한 64종 금지해충 중 약 70%인 46종이 과실파리다. 이 과실파리 중 농작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종이 오리엔탈과실파리로 알려져 있다. 오리엔탈과실파리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 주로 분포하지만 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서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이 발행한 방제정보에 수록된 오리엔탈과실파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19년 발표한 '농업부문 바이오안보 논의 동향과 대응 방안' 연구보고서에는 '오리엔탈과실파리는 과일 안에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이 과일 안에서 자라면서 피해를 주는데, 방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율이 최대 90%에 이를 정도로 그 영향이 특히 심각하다'고 나와있다. 중국에서는 오리엔탈과실파리 등 3종의 과실파리로 인해 약 33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제주 전역에 과실파리가 발생할 경우 9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나고, 방제 비용만 연간 56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과실파리가 제주에 정착할 경우 감귤 등 도내 주요 농산물의 수출 판로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지역 유통까지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검역당국이 오리엔탈과실파리가 이미 국내에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동안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건 다른 국가가 한국 농산물 수입을 금지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 오리엔탈과실파리가 발생하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부지역에서 오리엔탈과실파리가 발생하자 오렌지, 자몽, 라임, 레몬 등 감귤류 수입을 전면 금지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규슈와 오키나와 지역에서 생산된 감귤류, 감 등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오리엔탈과실파리는 지금 산란기를 맞았지만 뚜렷한 방제 방법이 없다.

한 병해충 전문가는 "오리엔탈과실파리는 하우스의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출입구를 잘 막아도 큰 효과가 없다"며 "농가들 입장에서는 과실에 구멍이 나는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긴급 방제가 이뤄질 수 있게 관계당국에 신속히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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