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송일만의 '어머니의 루이비통'

[이 책] 송일만의 '어머니의 루이비통'
거친 숨 몰아쉬는 제주 바당 어쩌나
  • 입력 : 2021. 07.1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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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루이비통' 중 '좀녜의 여유'에 실린 사진. 망가지는 제주 바다는 고향의 상실이나 다름없다.

바다 환경의 심각성 알리려
1년 만에 개정증보판 발간

망가지는 바다 고향의 상실

그는 지난해 5월 초판이 나온 다음날부터 증보판을 준비했다. 유년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한평생 정직한 노동의 가치를 몸으로 보여줬던 어머니를 위해 쓰여진 그의 이야기는 오늘날 제주의 현실로 확장됐다. 관광, 개발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바뀌는 섬의 풍경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송일만 작가가 그 사연을 더해 얼마 전 '어머니의 루이비통' 개정증보판을 냈다.

작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수필 부문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된 초판을 깁고 보탠 개정증보판은 맨드글락, 호끄멍헌&몬트글락, 곱드글락, 배롱배롱, 코시롱헌, 뎅기당 보난 등 여섯 개의 장으로 짜였다. 정감 어린 제주 방언 제목을 달아 다시 마주한 고향에 대한 애정 한편에 죽어가는 바당(바다)이 있다.

"어릴 적 매역(미역)과 톨(톳), 겡이(게), 괴기(고기)들로 넘쳐났던 고향 태흥리 바당이 지금은 백화 현상으로 해조류가 사라졌다. 해조류가 자라질 못하니 그에 따르는 먹이 사슬이 완전히 파괴되어 어릴 적 우리가 잡았던 오분재기, 보말, 전복, 성게 등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겡이와 괴기들은 보일 듯 말 듯 하다."

그에게 바다는 옛적 놀이터였다. 소일거리로 바다에 나가 해산물을 잡던 동네 '삼춘'들도 다르지 않다. 바다는 또한 포용, 경외감, 겸손, 고요함 등 깊은 감정들을 일깨운 공간이었다. 망가지는 바다는 고향의 상실이나 다름없다.

송 작가는 지난 3월부터 구좌 지역에서 바다환경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해안가에 쌓인 각종 생활 쓰레기와 폐어구 등을 치우며 현장을 돌본다. 작은 힘이지만 제주 바다가 다시 건강해졌으면 하는 간절함에서 시작한 일이다. 구좌는 아직까지 '살아있는 바당'이 있지만 다른 마을처럼 언제 훼손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의 품보다 넓고 깊은 바당이지만 제주가 토해내는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없어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며 "태흥리 바당이 파도 치는 것을 보면 마치 하얀 울음으로 절규하는 것 같이 보인다"는 말로 제주 바다가 처한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켰다. 맑은샘.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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