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부터 얻은 여유"… 제주 해녀와 오토바이

"바다로부터 얻은 여유"… 제주 해녀와 오토바이
김혜숙 일곱 번째 개인전 갤러리 ICC 제주에서 9월 2일까지
"비로소 비울 수 있는 공간" 품은 해녀의 미소 석분점토로 빚어
  • 입력 : 2021. 08.23(월) 10:3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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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의 '해녀와 오토바이'

그들은 한결같이 웃고 있었다. 옷과 테왁에 내려앉은 갖가지 꽃무늬들이 마치 그들의 마음 같았다. 세찬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때가 되면 너른 들판에 꽃을 피워내는 야생화처럼 말이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내 갤러리 ICC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 김혜숙 작가의 개인전 '제주인-해녀와 오토바이'에 그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바다밭으로 향하는 제주 해녀들의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은 오토바이를 등장시킨 그의 작품은 6년째 이어지며 해녀의 또 다른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해녀와 오토바이는 언뜻 이질적인 조합처럼 보이나 바다를 접하고 있는 제주 골목골목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무심히 지나쳐버렸던 그 둘의 앙상블이 작가의 시선을 통해 유쾌하면서도 따스하게 살아났다.

대학에서 조소를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도자 조형을 전공한 김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 석분점토로 오토바이에 탄 해녀 형상을 빚은 뒤 오랜 시간을 들여 건조한 후 아크릴 채색하는 방식으로 탄생한 신작을 내놓았다. 천장이 높고 출입구가 개방된 전시장의 영향인지 좌대 위에 놓인 '해녀와 오토바이' 연작이 그려내는 정겨운 인상이 반감된 듯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저마다 다른 모양과 표정으로 말을 건네온다. 박제화된 제주 문화상품이 아니라 오늘 제주 안에 살아있는 해녀의 모습을 찾는다면 그의 작품이 바로 그렇다.

작가는 오토바이를 몰고 바다를 오가는 해녀들에게서 "바다로부터 얻은 여유"를 봤다. 해녀들이라고 내면의 희로애락이 없을까만 그들은 바다 속의 세상과 만나며 커다란 자연 앞에 인간은 작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순리를 배웠다. 그래서 해녀들은 고단한 자맥질을 반복하는 나날에도 "비로소 내려놓고 비울 수 있는 공간"을 가슴 안에 넉넉히 펼쳐놓으며 웃을 수 있다.

김 작가는 이 시리즈의 "재미와 가능성을 더 찾아보고픈 마음"이라며 "당분간은 해녀와 오토바이 작업에 몰두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이 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지난 14일 시작된 전시로 9월 2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73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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