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의 백록담] 팬데믹 시대 헤쳐 온 제주 공연장의 또 다른 과제

[진선희의 백록담] 팬데믹 시대 헤쳐 온 제주 공연장의 또 다른 과제
  • 입력 : 2021. 09.27(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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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발 초기만 해도 공연장은 꼼짝없이 문을 닫아야 했다. 실내에 관람객들이 몰리면 감염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매뉴얼이 적용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직전 거리두기 4단계에도 공연장은 방역 수칙대로 좌석 한 칸 띄우기, 오후 10시 이후 운영·이용 제한 등을 지키며 예정된 행사 일정에 맞춰 시설이 가동됐다. 역병이 퍼지기 전과 비교해 공연 진행에 제약이 따르는 건 사실이나 제주도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서귀포예술의전당으로 대표되는 도내 공공 공연장들은 무대와 객석을 잇는 최후의 통로로 팬데믹 상황의 상실감을 채워주며 예술은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설장(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장)을 개방형으로 공모해 앉힌 제주도문예회관은 작년 뮤지컬 페스티벌에 이어 올해는 제주 공연 단체를 대상으로 기획 공모를 벌여 9월부터 12월까지 음악, 연극 등 4편을 차례로 무대에 올린다. 제주아트센터에서는 얼마 전 제주4·3을 다룬 오페라 '순이 삼촌'이 재공연됐고 그에 앞서 40주년을 맞은 한국현대무용협회 주최 국제현대무용축제(MODAFE), 대구문화예술회관·경기아트센터와 손을 잡은 관객참여형 현대 무용 '디 오브젝트', 전문무용수지원센터와 공동기획한 '무용인한마음축제'가 잇따랐다. 서귀포예술의전당은 국내 성악가와 제주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만나 올해로 6회째 서귀포오페라 페스티벌을 펼쳤다.

1988년(문예회관), 2010년(제주아트센터), 2014년(서귀포예술의전당) 차례로 개관한 이들 공연장은 제주 문화를 상징하는 도심의 '랜드마크'다. 대관 공연으로 가동률을 높이는 운영 방식을 벗어나려 애쓰고 있고 기획 인력을 배치해 선의의 경쟁 속에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저마다 뮤지컬, 오페라 공연을 기획하면서 차별화된 콘텐츠, 지역 예술계와 연계한 프로그램 활성화가 과제로 제기된다. 관객의 편에서 새로운 작품과 연주자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 제공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편에서 그 이후를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다. 뮤지컬·오페라 축제를 치렀다면 지역의 전문 인력 양성, 문화예술교육 개설 등으로 지속성·확장성을 도모하고, 제주에서 생산된 우수 공연물을 골라 기획 무대를 구성했다면 그 작품들을 도외에 진출시킬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통 문화 등 장르별 안배도 고려해야 한다. 해당 공연이 제주, 서귀포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 과정에 사실상 전속 예술단을 둔 문예회관(도립무용단), 예술단이 입주한 제주아트센터(도립 제주교향악단)와 서귀포예술의전당(도립 서귀포합창단)이 그들과 얼마나 상생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공연장과 예술단이 ‘각자도생’하는 양상을 보여주듯 무용 관련 기획 공연은 오히려 제주아트센터에서 활발한 편이다.

조직과 예산이 그같은 바람을 이루기엔 시기상조라고 하는 이도 있겠지만 마냥 때를 기다릴 순 없다. 이미 30년 넘게 꾸려온 공연장이 있는 현실에서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에서는 공연장 주도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뒷받침해야 한다. <진선희 부국장 겸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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