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 제주4·3 위령제단 방화범 "제사 지내려 불 질렀다"

[종합2보] 제주4·3 위령제단 방화범 "제사 지내려 불 질렀다"
18일 낮 체포 뒤 경찰 조사에서 진술
"환하게 불 밝히려 휘발류 16ℓ구입"
  • 입력 : 2021. 11.18(목) 16:23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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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로 훼손된 위령조형물.제주4.3평화재단 제공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이 불을 지른 40대가 "희생자 영령에 제사를 지내려고 불을 질렀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낫다.

 18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52분쯤 제주시 한림읍 소재 주택에서 재물손괴 혐의로 A(41)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지난 17일 오후 11시쯤 4·3평화공원에 침입해 위령제단이 있는 분향향로와 '꺼지지 않는 불꽃' 위령조형물 등에 쓰레기를 쌓아 불을 지른 혐의다. 현장에는 고무장갑과 비닐, 플라스틱 물병, 종이류, 부탄가스 등 각종 폐기물이 흩어져 있었다. 이로 인해 위령제단 주위는 검게 그을려 있었다.

 평화공원 내부에 설치된 CCTV에 포착된 A씨는 17일 밤 9시30분쯤 공원에 들어와 오랜 시간 위령제단과 희생자 위패봉안실 등을 배회하다 같은날 오후 11시쯤 방화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평화공원을 빠져나간 시간은 다음날 오전 3시쯤이다.

 독자가 제공한 CCTV를 보면 검은색 상의를 입고 수염을 기른 남성이 왼손에 액체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든 채로 희생자 위패봉안실에 침입하는 모습이 찍혔다. 또 다른 CCTV에서는 해당 남성이 승합차량을 후진으로 위령제단 바로 앞까지 주차한 후 차량 안에서 꺼낸 인화물질을 위령제단에 올려놔 불을 지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희생자 영령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불을 질렀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자 16ℓ의 휘발유도 구매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범행 당시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방화 혐의 적용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4·3평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4·3희생자를 모독하고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이런 패륜적인 행위는 규탄돼야 한다"며 "현재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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