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진관훈의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

[이 책] 진관훈의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
민요로 살핀 근대제주 경제와 사회
  • 입력 : 2021. 11.19(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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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가무형문화재 제주민요 공개행사. 사진=제주학아카이브

제주민요 바탕 학제 간 연구
노래에 담긴 사회·경제 생활

도민 실생활 반영 자료 가치

'검질 짓곡 굴 너른 밧듸 사데로나 우경 메게/ 앞 멍에랑 들어오곡 뒷 멍에랑 믈러사라 사데 불렁 검질 메게'란 사설이 흐르는 '검질매는 노래'. 그는 제주 섬에 전해오는 이 노동요를 사회·경제사적 관점에서 읽었다. 화학비료와 제초제가 나오기 전 제주의 농지 대부분은 토질이 안 좋고 '검질'이 많아 '잡초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그는 "오죽했으면 며느리에게는 잡초가 많은 '진밭'을 주고 딸에게는 잡초가 덜한 '뜬밭'을 준다 했을까"라고 말했다. 제주 농업에서 여성노동 투입 비율이 높았던 이유도 비료 사용이 적은 전작 중심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진관훈 경제학박사의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는 국문학, 민속학, 음악학, 인류학 분야에서 주로 다뤘던 제주민요를 제주사회·경제사 연구 자료로 끌어온 책이다. '민요로 보는 근대제주의 경제와 사회'라는 부제에서 짐작하듯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제주민요에 나타난 당시의 사회·경제생활 등을 들여다봤다.

이 책에 불러낸 제주민요는 '테우 젓는 소리', '탕건 짜는 소리', '나무 베는 소리', '방앗돌 굴리는 소리' 등 40개 주제에 걸쳐있다. 선학들이 현장을 누비며 캐낸 민요 사설을 중심으로 그것과 연관된 사회·경제적 현상 등을 풀어냈다. '어부가'와 같은 노래를 통해선 함덕 신짝 부비기, 조천 망건틀기, 대정 자리짜기, 애월 기름장사, 종달 소금장사 등 마을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가내수공업이나 부업 활동을 통해 소득을 올렸다는 걸 알게 된다고 했다.

저자는 "그동안 제주사회·경제사 연구에 쓰인 자료 대부분은 공식자료나 편찬사료로 그것들은 제주도민의 실생활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술, 민간인의 기록, 공인들의 회고록, 구비문학, 신문 등 비공식적인 연성자료를 적극 발굴·축적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말로 이번 작업의 의미를 밝혔다. 학고방.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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