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근로시간이 15시간에 못 미치는 이른바 '초단시간 근로자'를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 4조 제1항의 단서 조항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근로의 권리 등 헌법을 위반했다는 위헌소원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헌법소원 청구인은 한국마사회에서 시간제 경마직으로 일한 천모씨와 한 대학에서 철학 담당 시간강사로 재직한 민모씨다.
두 사람은 퇴직 후 각자의 사용자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 청구소송을 냈다가 퇴직급여법상 퇴직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퇴직급여법 4조 제1항에는 '4주간을 평균해 1주간의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예외로 한다는 단서가 있다.
사건을 심리한 헌재는 "이른바 초단시간 근로는 일반적으로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근로에 불과하다"며 "사용자의 부담을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의 기여를 전제로 하는 퇴직급여제도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수 의견 재판관들은 "퇴직급여제도는 사회보장 급여로서의 성격과 근로자의 장기간 복무 및 충실한 근무를 유도하는 기능을 하고 있어 근로자의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성립의 전제가 된다"며 "전속성·기여도가 낮은 일부 근로자를 한정해 지급대상에서 배제한 것을 두고 불합리한 판단이라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근로시간의 길이만이 아니라 근로 실적이나 근로성과 등을 기준으로 근로자의 사업장 전속성이나 기여도를 평가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평가와 측정에 곤란함이 있어 또 다른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대 의견을 낸 이석태·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에서 소외된 초단시간 근로자를 퇴직금 지급에서마저 제외하는 것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퇴직급여법이 헌법을 위배했다고 봤다.
이들은 "현행법상 퇴직급여는 공로의 유무나 다과, 퇴직자가 안정된 수입원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돼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닌다"면서 "초단시간 근로자를 배제하는 것은 퇴직급여제도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퇴직금 대상을 확대할 경우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갈 수 있다거나 초단시간 근로자의 기여도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다수 재판관의 의견은 합당하지 않고, 국제적 기준이나 평등의 관점에서도 적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헌재 관계자는 "초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조건 형성 규율에 관해 처음 판단을 내린 사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