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연路에서] 인간의 자격을 위한 교육

[문연路에서] 인간의 자격을 위한 교육
제도에 의한 주입 교육 봇물
  • 입력 : 2021. 12.21(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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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시각으로 교육 강요
교육 본래 참뜻 되돌아봐야




"독서 교육, 인터넷중독예방 교육, 제주어 교육, 인성 교육, 4·3평화 교육, 제주이해 교육, 다문화 교육,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 인구 교육, 인문 교육, 죽음 교육, 응급처치 교육, 도박예방 교육, 비만예방 교육, 노동인권 교육, 지식재산 교육, 생존수영 교육, 4차산업혁명 교육…"

이는 현재 제주도와 교육청이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들을 제정한 조례를 나열한 것이다. 이들 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교육들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행해지고 있는가는 논외로 치고자 한다. 다만,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는 것인 교육(敎育)의 정의를 생각할 때,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도 참으로 많고, 또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도 참으로 많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 교육, 비만 예방 교육, 인구 교육, 인성 교육, 4차산업혁명 교육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과학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기에 그에 덧붙여 더 빠르게 배워야 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항에 대해 예방 차원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이들 교육 조례를 쭉 나열해 보는 필자의 마음 한구석은 답답하고 찌릿찌릿 저려온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업량과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학업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지식, 새로운 기술, 새로운 교양을 배워내야 하는 의무만을 떠안기는 것은 아닌가! 우리 아이들의 인격과 인성 조차도 우격다짐으로 머릿속에 채워 넣는 '주입식 교육'으로 가능하다는 어른들의 시각에 의한 또 하나의 강요는 아닌가! 교육위원회 위원으로서 이러한 자성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앞서 제시한 교육의 사전적 정의에서,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는 것' 뒤에는 '인격을 길러줌'이라는 뜻이 더해져 있다. 인격은 인간의 자격의 줄임말이다.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라는 본래 참 뜻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독일의 교육에서 빌려오고자 하는데, 바로 '비판교육'이다.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의 글에 의하면 독일의 '비판교육'은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능력을 키우는 '저항권 교육', 정치가의 거짓 선동을 분별하는 안목을 기르는 '선동가 판별 교육', 잘못된 권위에 굴종하거나 그릇된 권위를 행사하는 것을 막는 '반권위주의 교육'이 독일인을 성숙한 민주주의자로 길러냈다고 말한다.

저항, 선동가 판별, 반권위주의가 주는 어감이 다소 낯설긴 하나,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옳은 정보를 골라내고,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성숙한 인격체'가 '똑똑한 인재'보다 훨씬 중요하다. 지면의 한계상 보다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이러한 교육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비판교육 지원 조례안' 제정을 위한 발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제도에 의한 주입식 교육은 이제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태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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