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 목요담론] 곶자왈을 걸어 오름에 오르다

[이성용 목요담론] 곶자왈을 걸어 오름에 오르다
  • 입력 : 2021. 12.23(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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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조천읍 교래자연휴양림에서 곶자왈 워킹챌린지 행사에 참여하여 오름 탐방로를 다녀왔다. 장소는 교래자연휴양림이고, 휴양림 내에 있는 탐방로였다. 휴양림 입구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기부도 된다고 해서 인증샷을 관련 사이트에 올렸다.

건강을 위해 오름을 걸으며 좋은 일도 하게 되어 출발부터 기분이 좋았다. 제주의 숲길은 어디라도, 언제라도, 누구와도 좋은 것 같다. 숲길 주변의 나무와 풀들, 아직 남아 있는 단풍잎들의 진한 붉음도 멋지다. 저 잎은 항상 저랬을 것이다. 단지 내가 보고, 느끼고 가까이 있지 못했을 따름이지, 좋은 숲길과 곶자왈이 있지만 자주 걷지 못했던 것 같다. 또한 길동무와 함께 하면서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와 잠깐 잠깐의 휴식과 자연을 동화된다는 느낌은 탐방의 진정한 가치였다.

숲길의 초입부에서 방목된 소들을 만났다. 아마도 그들이 이 숲의 진정한 주인이리라. 하지만 우리 사람들은 감히 우리가 주인인양 느끼고 주인행세를 한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항상 이 주변에 풀을 뜯고 노닐고 있던 소들이 길의 주인인 것 같다.

주말에 잠시 걸었다고 내가 길의 주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객(客)이 호젓하고 피톤치드가 넘쳐나는 길을 차지하며 걷는다는 것은 충분한 사치다. 길의 중간 중간에는 앉아서 물도 마시고 쉴 수 있는 벤치와 평상이 있다. 쉬고 걸으며 목적지인 오름 정상에 오르게 되면 주변이 훤히 보이는 경관이 나타난다.

제주의 지문(地文)은 사람의 손바닥 지문처럼 원만하면서 직선이 아닌 곡선이다. 오름도 곡선이고,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실루엣도 스카이라인도 곡선이다. 그런데 직선의 도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풍력발전기, 태양광 발전단지 등은 예전과는 다른 시각적인 변화, 공해로 보이기도 한다. 계속 증가되면 제주가 가진 곡선이 왜곡되고,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현재 오름 위에서 보이는 주변 경관은 완만하고 곡선이며 눈에 거슬러 보이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일부 오름에서 보이는 모습들은 예전처럼 여백의 미, 비어 있음에 따른 매력이 사라지고 있는 곳들도 있다. 제주의 오름의 수는 360여개 라고 한다. 모든 오름에서 지금과 같은 여백의 미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시대가 변하며 새로운 정책과 기술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당분간 태양광과 풍력발전기의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관에 대한 신중하고 전략적인 고민이 더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오름은 제주를 대표하는 경관자원이자, 제주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제 오름은 도민만의 것이 아닌, 제주를 찾는 모든 사람들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또 다시 찾게 될 오름의 정상에서 보이는 경관이 지금과 같이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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