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제주 공공 문화시설만 늘면 뭐하나

[문화포커스] 제주 공공 문화시설만 늘면 뭐하나
새해엔 건물보다 사람… 공립 미술관·공연장 전문인력 확충을
도립미술관 학예직 부족 이유 비엔날레 대체 전시 대행사가 맡아
  • 입력 : 2022. 01.03(월) 16:4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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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제주' 기획전. 제주비엔날레 대체 행사로 대행사에서 전시를 꾸렸다. 진선희기자

공공 공연장 나홀로 기획에도 기획팀 신설 실행은 뒷전으로 밀려
지난해 개관 제주도립 문학관도 문학 전공 박사급 인력 보강 주문


제주에 공립 문화 시설은 늘고 있지만 시설에 색깔을 입힐 전문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공립미술관, 공공 공연장 등 이 같은 문제를 겪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2022년에는 건물보다 사람에 집중하는 문화예술 정책이 실현될 수 있을까.

제주도립미술관이 제2회 제주비엔날레 대체 행사로 8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9일까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 제주' 기획전. 코로나19 속 제주 섬의 정체성 등을 탐색한 영상·설치 등 신작들이 펼쳐지는 이 전시는 도립미술관이 기획했지만 큐레이터, 홍보 등 '실무'를 맡은 6명은 대행사 인력이다. 도립미술관 학예인력이 관장을 포함 6명에 그치는 현실에서 해당 기획전에 전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공수장고를 관리하는 제주현대미술관은 학예인력이 관장 포함 3명이고, 김창열미술관도 3명이다. 이중섭미술관은 2명이고 기당미술관, 소암기념관, 제주추사관은 1명씩 꾸려가고 있다. 전문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점이 거듭 거론되자 제주도는 올해 제주비엔날레 인력으로 시간선택제 공무원 1명, 공공수장고 학예인력 1명을 배정했지만 이 역시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공공 공연장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제주를 대표하는 공연장인 제주도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서귀포예술의전당에 공연기획자를 1명씩 두고 있지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기획자 1인이 홍보, 하우스매니저 등 다역을 담당하는 것만이 아니라 직무 수행에도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3개 공연장 중에서 가장 많은 객석 수의 대극장을 보유한 제주아트센터의 경우 지난해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기획팀 신설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제주아트센터에서는 해당 사항에 동의했지만 실제로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현행 체제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제주아트센터 측은 "기획팀 신설 필요성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직원 워크숍에서 의견을 모은 결과 공무직 2명을 하우스매니저로 활용하면서 기획자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고 추후 어려움이 발생하면 기획팀 신설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제주시 도남동에 18년 만에 문을 연 제주도립 제주문학관도 전문인력 확충이 과제로 거론됐다. 개관 기념 세미나에서 제주문학관이 문학연구의 거점을 분담하고 기획전시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제주문학을 전공한 박사급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다.

도내 공공 문화기반시설들이 이처럼 전문인력 확보에 소극적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앞서 제주연구원이 제주도 의뢰로 내놓은 '제주 문화예술의 섬 활성화 전략'(2019) 보고서에는 '문화 매개자'의 전문성 강화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 보고서는 "제주지역에는 미술관·박물관 등의 문화공간만 있고, 그와 관련 있는 콘텐츠를 운영할 전문인력이 없다는 시각이 있다"면서 "지역의 인재들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전무하고, 제주에서는 행사만 치르는 형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전문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한 기관과 예산 등을 확보하고, 수요자 조사를 거친 후 목적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며 "문화 매개자 양성 후 일자리 연계까지 사후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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