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 하수는 바다로 쏟아지는데 확충사업 '제자리'

[초점] 제주 하수는 바다로 쏟아지는데 확충사업 '제자리'
증설 사업자 선정 못 하거나 주민 반대로 속수무책
"하수처리장 신설 등 전반적인 시스템 재검토 해야"
  • 입력 : 2022. 01.04(화) 12:27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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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내 하수처리 시설의 모습. 연합뉴스

제주를 찾는 관광객과 상주인구의 증가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바다로 쏟아지고 있으나 속수무책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하수처리시설을 증설해야 하지만 증설 공사를 할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거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등에 따르면 제주시 도두동에 있는 제주하수처리장의 처리 용량은 하루 13만t이지만 실제로 13만8천110t이 유입돼 매일 8천110t은 처리되지 못한 채 바다로 나가고 있다.

 상하수도본부는 이에 지난해 8월 하루 처리 용량을 22만t으로 증설하는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계획을 확정하고 지난해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입찰 공고를 냈지만 응찰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 계획은 총공사비가 3천927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57개월로 명시된 짧은 공사 기간과 시공의 난이도, 빠듯한 공사비 등을 이유로업체들이 응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말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은 한국환경공단 측과 공사 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공사 과정에 변수가 생길 경우 추가 지원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조건을 완화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른3차 입찰은 3월께 진행될 전망이다. 입찰이 성사될 경우 빠르면 올해 하반기쯤 착공될 전망이다.

 상하수도본부는 제주하수처리장 증설과 함께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있는 동부하수처리장을 증설해 삼양동과 화북동 지역의 하수를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

 동부하수처리장은 애초 2007년 일일 처리량 6천t 규모로 설치됐다. 이후 2014년1만2천t 규모로 증설됐다. 2017년 다시 하수 처리량이 한계에 이르자 상하수도본부는 시설을 다시 2만4천t 규모로 증설하려 했지만, 당시 지역 해녀들이 강하게 반발해 그 후 4년 간 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동부하수처리장의 1일 평균 하수 처리량은 1만1천595t으로 처리 가능 용량인 1만2천t의 96.6%에 육박한다.

 상하수도본부는 이에 지난해 11월 18일부터 사업비 453억원을 들여 동부하수처리장을 2만4천t 규모로 증설하는 공사를 다시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해녀를 주축으로 한 월정리 주민이 현장 입구를 봉쇄해 농성을 벌이고 있어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월정리 주민들은 제주도청 앞 삭발 시위를 벌이기도했다.

 재경월정리향우회와 '월정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도 청와대 앞, 광화문광장에서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중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바다가 황폐해져 생계에 큰 타격을받아왔으므로 증설을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삼양동과 화북동에서 동부하수처리장을 잇는 하수관로를 완전히 절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월정리 주민은 "조천읍과 구좌읍 4만 명 인구에 삼화지구 일대 5만 명 인구까지합쳐 총 9만 명이 배출한 하수를 동부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해야 한다"면서 "시설을 2배로 증설하더라도 결국 모두 처리하지 못해 바다가 오염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증설 공사가 지체되면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만 나빠져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최신 공법으로 하수처리장을 설계해 바다 오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하수도본부는 현재 하수 처리 상황을 볼 때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이 필요하고,유사시를 대비해서라도 하수관로를 절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가 한 달 넘게 진척이 없는 가운데 하수처리 배분 방식을 두고 지역 간 갈등이 일어날 조짐마저 보인다.

 제주시 동(洞) 지역의 하수를 주로 처리하는 도두동의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이 사업자 선정조차 하지 못해 지체되자 도두동 주민은 하수 용량 부하를 막기 위해 동부하수처리장의 조속한 증설을 요구하고 있다.

 월정리 주민들은 삼화지구에서 발생한 하수를 월정까지 끌어올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해 두 지역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다.

 제주하수처리장과 제주동부하수처리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주도 내 전체 하수처리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달 제주도가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내 전체 하수처리장 8곳의 처리용량은 일일 25만1천500t, 유입처리량은 23만9천903t으로 95.4%의 처리율을 보여 사실상 하수처리가 한계에 이르렀다.

 제주하수처리장에서만 매일 8천t이 넘는 하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채 바다로 나가고 있다. 폭우 등으로 하수처리장으로의 빗물 유입량이 증가하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하수의 양은 훨씬 더 늘어난다.

 강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하수 처리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지 않은 근시안적인 도정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제주시 관내 하수처리장이 지나치게 대형화돼 있어 곳곳의 중계펌프장에서도 지속적인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계속적인 하수처리장 증설보다는 신규 하수처리장을 세우는 문제와 하수관로 개선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하수처리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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