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중력이산(衆力移山)의 마음으로

[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중력이산(衆力移山)의 마음으로
  • 입력 : 2022. 01.05(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코로나라는 쇠뭉치를 달고 헤매던 일상이 2년을 넘겼다. 스스로 방역에 동참하며 두발을 묶고 지냈던 시간들, 올해는 어떻게 되려나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걸까. 사회적 관심이나 국가적 지원에도 배제된 채 자력도생 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이 섣달 그믐만큼이나 매섭고 차갑다. 인종을 막론하고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세기적 병마와의 전쟁, 직원의 생계까지 고민해야하는 기업의 책임이 실로 무겁기만 하다.

지난해 중소기업 경영환경을 사자성어(四字成語)로 풀어 조사했더니 '전호후랑(前虎後狼)'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앞문엔 호랑이가 막고 뒷문으로는 늑대가 들어온다는 뜻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원자재 파동, 인력난 등의 악재가 겹쳐 기업들이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냈는지 여실히 느낄 수가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 확산이 혹여 직원들에게 미칠까 맘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초라한 실적이 좌불안석의 주요인이었다. 코로나에 무사한 것도 다행이라며 의연함으로 가장해보지만 성과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답답함이 명치끝을 눌렀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눈앞의 미미한 실적보다도 향후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 큰 고통이었다.

지난 2년간 국가적으로 최우선과제는 방역이었다. 모든 예산도 코로나에 집중됐다. 강압적 거리두기라는 명분이 있어 자영업자는 사회적 관심과 국가적 지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개점휴업 상태로 코로나의 여파를 겪고 있음에도 스스로 버텨내야 했다. 소리없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야만 했다.

제주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 연말 한 지역신문사는 2020년 제주의 실질 지역내총생산이 -6.6%를 기록하며 울산(-7.2%) 다음으로 최악이었음을 전했다. 전국평균 지역내 총생산(-0.8%)에 비교해도 8배 이상 감소폭이 큰 마이너스 성장이었다는 보도다. 설상가상으로 제주는 도지사의 대선출마로 예기치 못한 행정공백이 생겼다. 다부진 구동력으로 쉼 없이 밀고 나가도 전국 1%의 한계인데 제주는 선장 없는 배가 돼 장기간 표류중이다. 그동안 제주가 먼저 기획하고 실천해온 탄소없는 섬과 그린뉴딜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걸까. 산학연이 학수고대하는 분산에너지특구와 V2G, 출력제한 대응은 누가 하고 있는가. 제주 청년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첨단 에너지신산업에 지자체와 도의회의 관심이 있기나 한 걸까.

또 다시 해가 바뀌었다. 남 탓으로 시간을 허송할 수 없는 긴한 시국의 연속이다. 올해는 임인년(壬寅年) 육십갑자 중 39번째로 검은 호랑이 해라고 한다. 나는 올해 흑호(黑虎)처럼 제주호를 이끌 선장과 만나길 소망한다. 거친 파도 속에서도 제주도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의(義)로운 선장의 등장을 기대한다. 더불어 중소기업인들이 새해 사자성어로 지목한 '중력이산(衆力移山)'의 마음으로 다시 달려볼 생각이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하면 산도 옮길 수 있다지 않았는가. <허경자 제주EV협동조합이사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61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