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손가락 접합률 0%… "그래도 감량기는 돌고 있다"

[초점] 손가락 접합률 0%… "그래도 감량기는 돌고 있다"
지난달 학교 급식소 감량기 손가락 절단 사고
결국 접합 실패… 4년 사이 벌써 '9개' 사라져
  • 입력 : 2022. 01.18(화) 11:46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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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도내 한 학교 급식소에서 감량기를 다루다 손가락이 절단된 A씨가 결국 접합에 실패했다. 사진=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조 제주지부 제공

사고 노동자 대부분 생계 위해 다시 급식소로
"노동강도 증가가 원인… 감량기 즉각 철거를"


지난달 제주 학교 급식소에서 음식물쓰레기감량기(이하 감량기)를 다루다 손가락이 잘린 노동자가 결국 접합에 실패했다. 4년 사이 급식소 감량기 사고에 의해 잘린 손가락 9개 모두가 접합에 실패한 것이다.

 19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조 제주지부(이하 학교 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6일 도내 한 학교 급식소에서 감량기 사고를 당해 오른손 중지가 절단된 조리실무사 A씨의 접합수술이 최근 실패로 끝났다.

 제주에서 감량기로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의 접합률은 0%다. 이번 사고를 비롯해 ▷2018년 10월 오른쪽 중지 절단(접합 실패) ▷2019년 5월 오른쪽 검지 절단(접합 실패) ▷2019년 12월 오른쪽 중지와 약지 골절(손가락 펴지지 않는 장애 발생) ▷2020년 5월 22일 엄지 제외 오른쪽 4개 손가락 절단(접합 실패) ▷올해 10월 손가락 2개 절단(접합 실패) 등 총 6건의 사고가 있었는데, 대부분 음식물을 분쇄하는 곳에 손이 딸려들어가 훼손이 심하기 때문이다.

 현은정 학교 비정규직 노조 조직국장은 "A씨는 학교 가는 게 무섭고, 소름 끼친다고 호소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오는 3월 학교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며 "A씨 말고도 감량기 사고를 당한 노동자 대부분이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이 잘린 현장으로 복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가 난 뒤 각 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직접 감량기를 작동시켜 보고, 주의를 당부하며 사진도 촬영했다"며 "또 1명이 다루던 감량기를 2명이서 다루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전쟁터 같은 급식소에서 인원을 다른 곳으로 빼버리면 그만큼 다른 노동자의 노동강도가 심화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는 18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감량기 철거를 촉구했다. 송은범기자

이에 따라 학교 비정규직 노조는 18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감량기 철거를 촉구했다.

 이들은 "감량기 사고의 원인은 노동자의 부주의도, 안전교육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감량기 사용으로 인한 노동강도 증가가 근본적 원인"이라며 "하지만 도교육청은 조례개정과 사용연한 핑계로 철거를 할 수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신학기가 되면 또 다시 급식실은 정신 없이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감량기도 다시 돌아간다"며 "도교육청은 감량기 뿐만 아니라 급식소 내 산재사고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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