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세뇌된 사회

[문만석의 한라칼럼] 세뇌된 사회
  • 입력 : 2022. 01.25(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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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지인이 유튜브에서 보수와 진보 채널을 일부러 번갈아 검색한다고 했다. 한쪽 채널만을 검색하면 다른 쪽 채널의 정보는 필터링 돼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한 나름의 조치라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본다. 스마트폰 세상은 인터넷의 이념인 정보의 자유와 선택의 존엄이 넘치는 듯하다. 내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연관 정보를 친절하게 제공하기까지 한다. 이른바 '맞춤형 알고리즘' 또는 '추천 알고리즘'은 스마트폰 세상의 근간을 이루며 우리 삶의 내밀한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뉴스 콘텐츠와 결합해 '필터 버블' 현상을 극대화한다. '필터 버블'은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 등이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특정 정보만 편식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가짜뉴스와 양극단의 대립은 필터 버블 현상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한쪽으로 쏠린 정치와 사회에 대한 시각이 필터 버블 현상과 맞물려 확증 편향으로 흐른다. 뉴스의 사실 여부보다 믿고 싶은 마음과 선호도가 진실로 치환된다. 내 편의 오류는 정당화되고 상대편의 진실은 왜곡되고 부정된다. 알고리즘이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을 좌우하면서 우리가 힘겹게 가꿔온 배려와 소통의 민주적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필터 버블 투명성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빅테크 기업의 알고리즘이 이용자들의 가치관이나 취향을 조종 못 하도록 필터 버블에서 벗어날 선택권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은 개개인 고유의 데이터와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버전을 함께 제공해야 하고,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을 배제하고 싶은 이용자는 설정 화면에서 해당 선택지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3월 소비자가 맞춤형 광고 대신 일반 광고를 선택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 배제 법안을 마련했지만, 일반 광고를 추가로 제공해야 하는 업계의 부담이 크다는 반대로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알고리즘의 문제는 정보의 홍수 속 적절한 정보를 활용하려는 선택의 문제에서 출발했다. 광고와 연결된 핀테크 기업의 이윤의 문제와 정보 선택의 편리성을 기업에 의존한 소비자의 문제가 결합해 알고리즘은 권력이 됐다. 필터 버블의 위험성은 세뇌의 힘에 있다. 세뇌된 자아는 세뇌된 사회를 만들고, 누군가의 의도된 알고리즘이 개입할 여지를 남긴다. 우리가 알고리즘에 저항하지 않으면 알고리즘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으로 우리를 더 극단적이고 위험한 상태로 몰아갈 것이다. 기업이 알고리즘의 이득을 포기할 리는 없고, 법규의 제정 또한 녹록지 않다. 그러니 제도의 변경 노력과 스스로 세뇌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의지를 되돌아볼 일이다. 자유의지로 진실과 마주할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한, 우리는 알고리즘에 휘둘리지 않고 끝내 이겨낼 수 있다.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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