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전공서적을 사면 '이게 내 삶의 무게이겠거니' 하며 재량껏 값어치를 매겼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본 기자의 삶은 전공서적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었다. 사회를 비판하고, 때론 누군가를 검증해야 하는 일이 분에 넘치기도 했거니와 누굴 비판할 만큼 내 삶이 떳떳하지도 않았다. 지금껏 이 일을 하는 건 그 무게를 견뎌낼 정도로 견고하고 단단해져서가 아니다. 나는 어느덧 직업의 무게도 느끼지 못하고 생계만 좇고 있다.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대선 후보들은 혹독한 검증 고사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과거 행적과 발언, 가족 사생활까지 검증의 영역엔 성역이 없다. 그 검증이 네거티브 일색이라도 대통령 후보라면 이 과정을 오롯이 견뎌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더 큰 무게가 매일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이걸 견뎌낼 자신이 없으면 일찌감치 대통령을 포기하는 게 낫다.
대선이 임박하니 각 후보 진영은 외연 확장에 사활을 건다. OO위원회 출범, 누구 합류, 누구 영입 등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소식에 그 면면을 살피기 벅차다. 마치 바벨탑을 쌓듯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를 좇고 있지만 그 목표가 다 같은 모양이라고 말할 순 없다. 이 선거가 끝나면 누군가는 또 한자리를 꿰차고, 누군가는 또 다른 선거를 준비한다. 그 중에는 내 삶의 무게를 나눠갖겠다는 이도 있고, 그저 자리만 바라는 생계형도 있을테니 남은 기간 이 둘을 어떻게 분간할지가 숙제다.
이제 한 달 뒤면 우리는 투표장에 모인다. 현명한 선택만이 삶을 바꿀수 있다. 이런 혼탁한 정치 상황에서는 더더욱 유권자의 어깨가 무겁다. <이상민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