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재의 목요담론] 커피와 지질유산의 연결고리

[이수재의 목요담론] 커피와 지질유산의 연결고리
  • 입력 : 2022. 02.03(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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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 오랫동안 외국 방문은 하지 못하고, 관련 자료를 정리하다가 수년전 인도네시아에서 구입한 커피 봉지를 보게 됐다. 문득 커피와 지질유산의 연결성을 찾다가 흥미있는 자료를 찾았다. 브라질에서는 커피 재배에 필요한 비료로 주로 염화칼륨(KCl)을 이용한다. 그러나 커피 산업이 성장하면서 염화칼륨의 수입이 늘자 브라질에서는 수익구조가 악화돼 대체 비료를 모색하는 과정 중에 자연암석가루를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일부 연구자는 화산암 중에서 칼륨 성분이 매우 높은 포놀라이트를 이용하기 시작해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최근에는 자연암석의 분말을 이용한 대체 비료의 사용이 증가 중이다. 자연암석을 원료로 하면 염화칼륨에서 유래된 염소 성분을 줄일 수 있어서 커피 맛도 좋아진다고 한다.

울릉도 독도 지질공원의 지질유산의 국제적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울릉도에는 포놀라이트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울릉도에 사시는 분들은 재미삼아 커피나무를 온실에서 키워보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 본다. 명이나물처럼 명품 '울릉도 포놀라이트 커피'로 발전할 지도 모른다. 포놀라이트로 만든 '지오컵'에 커피를 담아 방문객에게 대접한다면 지질과 문화의 연결고리를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것 같다.

포놀라이트(phonolite)는 망치로 그 암석을 두드렸을 때 아주 강한 반향음이 발생하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폰'과 같은 단어다. 중국에선 향암(響岩)이라고 하니 기회가 닿으면 울릉도를 방문해 지질공원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두드려보기 바란다. 맑고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일전에 지인이 베트남에서 지질공원을 추진하면서 그 지역에 편경을 복원하려고 우리나라에게 도움을 받으려다 그 편경에 쓰이는 돌이 옥이라서 막대한 비용 때문에 진행되지 않은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무형문화재 1호이며,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인 종묘제례악을 연주할 때, 모든 악기의 음을 조율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편경이라고 하니 편경은 매우 중요한 악기이다. 이 편경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돌이 옥이다 보니 국내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세종 때 남양(현재의 화성)에서 나온 돌로 편경을 만들었다는 기록에 따라 국내에서도 우여 곡절 끝에 2008년도에 남양 건달산에서 편경의 재료인 남양석을 찾아서 '궁중옥'으로 편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약 40년 전에 춘천 옥광산을 방문했을 때 시료를 채취하려고 망치질을 하면 그 반발력이 얼마나 세던지 여러 번 시도해야 겨우 조그만 조각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옥찜질방이 일반화돼 누구든지 편경 재료에 누워서 그 음의 느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지질도로 두 지역을 살펴보니 춘천 옥광산과 남양의 건달산 주변은 '옥'이 나올만한 지질조건을 공유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침 화성시가 지질공원을 추진하고 있으니 지질과 문화를 잘 연계해 좋은 지질공원 운영지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수재 박사.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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