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작에 갑자기 사라진 꿀벌들… 양봉농가 한숨만

흉작에 갑자기 사라진 꿀벌들… 양봉농가 한숨만
도내 457곳 중 143곳 피해… "집단실종 처음 겪는 일"
최근 흉작에 꿀값은 20년전 그대로 행정적 도움 절실
도 "작년말부터 피해 파악 사료·방역제 등 긴급 지원"
  • 입력 : 2022. 03.06(일) 12:06
  • 백금탁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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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귀포시 강정동에서 만난 강시영 (사)한국양봉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서귀포시지부장이 꿀벌 집단실종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흉작에 갑자기 사라진 벌들로 올해 양봉농사도 기대를 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고, 꿀 가격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고 암담하기만 합니다."

지난해 월동기에 접어든 벌통에서 갑자기 사라진 벌들로 제주지역 양봉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벌들이 사라진 정확한 원인에 대해 기후변화나 온도·습도에 민감한 탓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농촌진흥청에서 원인 파악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일 서귀포시 강정동에서 만난 강시영 (사)한국양봉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서귀포시지부장은 140통(군) 가운데 60통(43%)에서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꿀 가격(㎏)도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잡꿀 2만5000원~3만원, 밀감·종낭(때죽나무)꿀 5만원가량으로 거래되고 재고도 많지 않다고 했다.

강 지부장은 "월동기를 보내고 이제 막 벌들을 깨우는 시기인데 벌통에서 벌들이 갑자기 사라졌고, 죽은 벌들 조차도 없어 땅으로 꺼졌는지 아니면 하늘로 솟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벌들이 사라진 것은 2012년부터 양봉을 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급선무는 이번 피해로 분봉해 벌통을 늘려야 하는데, 문제는 벌통 수를 늘리다보면 대신 꿀을 딸 수가 없다"며 "벌통 1통당 15만~20만원에 거래되고 있어 피해액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지난 3일 서귀포시 강정동에서 만난 강시영 (사)한국양봉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서귀포시지부장이 꿀벌 집단실종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번 꿀벌 집단실종 피해에 대해 지난달 23~28일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457농가(제주시 189·서귀포시 268)에서 143농가(31%)가 피해를 봤다. 벌통 기준으로 7만4216통(제주시 2만9606·서귀포시 4만4610)에서 1만1531통(16%)에서 꿀벌들이 집단으로 사려졌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지난해 도내 양봉농가 피해로 3차 추경을 통해 예산 6억6400만원을 확보, 우선 사료(설탕) 구입비와 방역물품구입비에 긴급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남은 벌통에 있는 벌들의 면역력 증강을 위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가용 예산 2억4500만원으로 3월 안에 협회에서 추천하는 약품을 구입해 개화기에 맞춰 농가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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