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4·3과 여성3, 덜 서러워야 눈물이 난다

[이 책] 4·3과 여성3, 덜 서러워야 눈물이 난다
“4·3 시기를 살아낸 여성들, 이들의 기억을 기억하길”
  • 입력 : 2022. 04.01(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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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연구소 세 번째 구술집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남아
삶 개척해 온 여성 6명의 목소리




"울 겨를이 있어야 울 수 었었다"던 시절이었다. "오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남고, 살아가기 위해 분투했던 나날. 겪지 못한 사람들은 차마 모를, 그런 세상이 있었다. 4·3 이야기다.

4·3 시기를 살아낸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 제주4·3연구소가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일에 즈음해 세 번째 구술집 '4·3과 여성3, 덜 서러워야 눈물이 난다'(도서출판 각) 발간 소식을 전했다. 책은 어린 시절 4·3을 겪은, 이제는 90대와 80대가 된 여성 6명(김평순·손민규·김용렬·오청자·허순자·고정자)의 당시의 삶과 이후의 생활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4·3의 광풍 속에서 가족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수습해야했던 여성들은 그 수많은 고난의 시간을, 기억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은 책을 펴내며 "이 책은 그동안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소리내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눈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의 삶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마지막 고통스러운 눈빛을 잊지 못하는 딸, 혈육으로 남겨진 손녀들인 그들은 그 고통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보태며 삶을 살았다"며 "그러므로 이들의 기억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전한다.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출생인 김평순(1937년생) 할머니는 4·3 당시 열세 명의 대식구 가운데 열두 살 자신과 아홉 살 남동생 둘 만 살아남은 경우다. ''살암시민 살아진다'고 하는 사람 하나도 없었던' 혹독한 시절을 보낸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살민 얼마나 사느니? 마음 곱게 먹엉 살아야한다(살면 얼마나 사니? 착한 마음 먹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곱 살에 하귀리 비학동산 임산부 학살 사건을 직접 목격한 김용렬(1942년생) 할머니. 살아남았지만 배고팠던 시절, 그녀는 젖먹이 막냇동생이 굶주려 죽고 언젠가 어머니에게 "눈물이 안나옵디가?" 물은 질문에 "눈물 날 시간이 어디 시냐. 눈물 다 말라 불어신디 한걸헤사 운다"고 답했다던 기억을 전했다. 집필은 허영선, 양성자, 허호준, 조정희가 참여했다. 오은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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