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의 월요논단] 뛰는 농사, 기는 농사의 골분 선택

[현해남의 월요논단] 뛰는 농사, 기는 농사의 골분 선택
  • 입력 : 2022. 05.02(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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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흙에서 같은 땀을 흘리고 같은 돈을 들여 농사를 지어도 소득이 다르다. 뛰는 농사와 기는 농사의 차이다. 제주 농업은 다른 지역보다 그 차이가 더 크다.

뛰는 농사는 교육받으며 메모하면서 스스로 터득하고 과학기술로 해결해나간다. 기는 농사는 여기저기 귀동냥으로 커닝하면서 짓는다. 제주 농사는 고개만 돌리면 커닝할 것이 많다. 주변이 모두 감귤 농장이어서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양배추 농사 지역은 모두 양배추만 재배한다. 동쪽은 모두 무 농사를 짓는다. 그러니 스스로 배우는 것보다 이웃 삼촌에게 물어보는 귀동냥 농법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자기도 모르게 점점 귀동냥 하는 기는 농사가 된다.

육지는 앞, 뒤, 옆집의 농사가 모두 다르다. 커닝할 수도, 이웃 삼촌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기술 교육을 받으며 스스로 공부하는 뛰는 농사꾼이 된다.

필자는 퇴임 후 농업인 교육을 많이 다닌다. 자연스레 전국의 뛰는 농사꾼과 기는 농사꾼을 많이 만난다. 감귤 농가 대부분이 골분이 감귤 당도를 높인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사과, 복숭아, 배도 당도가 높아야 가격이 높다. 그러나 사과, 복숭아, 배 농가 중에 당도 높이려고 골분을 주는 농가는 없다. 골분 얘기를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상하게 본다.

골분이 당도에 좋다는 얘기는 70년대 일본에서 나온 말이다. 화산회토인 일본은 토양에 유효인산이 너무 적어 마그네슘이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는 데 지장을 주었다. 그래서 골분을 줘 토양에 부족한 인산을 보충하면 마그네슘의 활성을 높여 당도에 도움을 줬다. 즉, 골분은 인산이 부족한 토양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 말이 제주에 전달될 때 와전돼 아무 감귤 농장이든 골분만 주면 당도가 올라간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요즘은 제일인산가리가 유행이다. 귀동냥 농사꾼은 앞뒤 안 가리고 유행 따라 비싼 돈을 주고 비료를 사용한다.

뛰는 농사꾼은 다르다. 당도 높이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것을 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조량이다. 그래서 햇빛을 가리는 방풍수를 자르고 햇빛이 잘 들어 오도록 간벌도 한다. 그다음은 토양분석이다. 토양에 마그네슘의 적정수준인 1.5~2.5cmol+/㎏인지를 확인한다. 마그네슘이 적정보다 낮다면 먼저 사용하고 있는 비료의 마그네슘 함량을 체크하고 토양에 마그네슘이 부족하지 않도록 비료를 선택한다. 골분을 사용할지는 맨 마지막에 생각한다.

설렁탕이 싱거우면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면 된다. 간을 보지 않고 소금을 너무 많이 넣으면 짜서 못 먹는다. 골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토양에 인산이 넘치는데도 골분을 사용하면 짜서 못 먹는 설렁탕 감귤 농장이 된다.

농사는 종합 과학기술이다. 재배 기술, 병해충방제, 토양관리, 비료 사용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뛰는 농가가 많았으면 좋겠다. <현해남 제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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