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이 어찌 혼자"… 탄식 가득한 4·3 법정

"5살이 어찌 혼자"… 탄식 가득한 4·3 법정
3일 4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20명 재판
4·3전담재판부 20명 모두에 무죄 선고
유족들 아버지·형 기억 떠올리며 눈물
"터무니 없는 세상 지나… 편해지시라"
  • 입력 : 2022. 05.03(화) 14:54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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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4·3 전담재판부가 재심 재판을 진행하는 모습.

법정에서 4·3 때 부모님과 친형 등 가족을 잃은 이야기를 풀어내던 노인이 당시 5살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방청석은 안타까운 탄성으로 가득찼다. 4·3 군법회의(군사재판) 네 번째 직권재심 재판에서다.

제주지방법원 제4-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3일 직권재심이 청구된 군사재판 수형인 20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3월 29일 40명, 지난달 19일 20명에 이어 이번이 80명째 무죄 판결이다.

앞서 재판과 마찬가지로 이날 무죄를 선고 받은 20명도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내란죄 혹은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경에 체포,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들로, 모두 행방불명 혹은 사망해 유족이 대신 재판에 참석했다.

4·3 당시 부모님과 17살 친형을 잃은 한 유족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한 달 후 어머니와 할머니, 작은어머니가 동시에 끌려가 사망했다. 17살 형도 군경에 체포돼 군사재판을 받은 뒤 소식이 끊겼다"며 "당시 내가 5살이었고, 작은 형도 11살 밖에 되지 않았다. 너무 어렸으니까… (천애고아가 돼서) 결혼한 누님, 친척 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학교도 나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족은 "아버지는 4·3 당시 대정면장으로 있었는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며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군경에 끌려가 고문을 받은 끝에 대구형무소에 끌려가 소식이 끊겼다. 당시 15살이라 아버지 모습이 생생하다"고 증언했다.

무죄 선고 이후 장 부장판사는 "이 자리가 가장 공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못다한 얘기가 있는 분들은 손을 들어서 얘기하시라"고 말한 뒤 손을 드는 유족이 없자 "이제는 말했다고 잡혀가는 세상이 아니다"라며 엄숙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었다.

이어 장 부장판사는 "그런 터무니 없는 세상은 이제 지났다. 여러분들도 이제 좀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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