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경 '출옥' 하던 날… "제주보훈청 반 역사적 행동 규탄한다"

박진경 '출옥' 하던 날… "제주보훈청 반 역사적 행동 규탄한다"
제주도보훈청 박진경 대령 추도비 조형물 철거 행정대집행
4·3기념사업위원회 "철창 재설치 해 학살의 책임 물을 것"
  • 입력 : 2022. 05.20(금) 17:14
  • 김도영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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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제주도보훈청이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설치된 조형물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고 있다. 김도영기자

제주4·3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것으로 평가받는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씌워졌던 철창 조형물이 제주도보훈청의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됐다.

제주도보훈청은 20일 오후 2시 제주시 연동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철창 형태의 조형물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앞서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16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월 10일 박진형 대령 추도비에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제목의 조형물은 설치했다. 이는 4·3 당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던 박진경을 추모하는 행위 자체가 그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뤄졌다.

제주도보훈청은 해당 조형물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공유재산 부지에 설치된 '불법 시설물'로 판단, 원상복구 명령 처분을 내렸지만 이행되지 않자 강제 철거에 나섰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관계자 등은 이날 행정대집행에 앞서 '4·3 학살자 박진경 비호하는 제주보훈청장은 사퇴하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행정대집행 실시 전 4·3기념사업위원회 관계자가 시위를 벌이는 뒤편으로 철창에 갇힌 박진경 추도비가 보인다. 김도영기자



오후 2시 행정대집행이 시작되자 제주도보훈청 관계자들이 도구를 이용해 철창 조형물을 고정하고 있던 말뚝을 뽑아내고 철창을 쓰러트려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한 노인이 "박진경 대령의 학살 근거를 대라"고 외쳤으며 이에 대해 4·3기념사업위원회 관계자가 "학살 근거는 차고 넘친다. 역사를 똑바로 알고 말하라"라고 소리치며 한 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4·3기념사업위원회 관계자는 "보훈청의 오늘 행정대집행은 반 역사적인 행동으로 보훈청이 못하면 도민의 이름으로, 역사의 이름으로 학살의 책임을 묻겠다"며 "조형물을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사)제주민예총도 같은 날 행정대집행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보훈의 대상이 돼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박진경이 아니라 박진경의 명령에 의해 학살당한 제주도민들"이라며 "대통령이 국가폭력에 대해 이미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살자는 여전히 보훈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은 제주 4·3의 정의로운 해결이 미완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정대집행이 종료된 추도비의 모습. 김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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