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검사가 애타는 제주4·3 직권재심 재판

오히려 검사가 애타는 제주4·3 직권재심 재판
5일 군사재판 수형인 30명 무죄… 190명째
유죄 입증이 목적인 일반 검사와는 다르게
유족들에게 증언 독려하고 무죄까지 구형
재판부 "정확·확실한 기준으로 재심 나서"
  • 입력 : 2022. 07.05(화) 13:04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변진환(사진 왼쪽 기립 남성) 검사가 군법회의 수형인 40명에 대해 무죄를 구형하고 있다.

[한라일보] "특별한 말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4·3 때 많이 어리거나 어머니 뱃 속에 있었을 텐데… 모르는 게 정상입니다.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판사에게 말하면 됩니다."

제주4·3 재심 재판에서 유족들이 증언을 망설이자 검사가 한 말이다.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일반 검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제주지방법원 제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5일 군법회의(군사재판) 수형인 30명에 대한 직권재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3월 29일 40명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총 190명의 군사재판 수형인이 무죄를 선고 받은 것이다.

이날 무죄를 선고 받은 30명은 앞선 재판과 마찬가지로 모두 행방불명 혹은 사망해 유족이 대신 법정에 출석했다.  

선고 전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억울함을 눈물로 증언했다. 사망일을 몰라 군·경에 끌려간 날에 제사를 지낸다거나, 가매장 장소를 찾지 못해 시신 수습을 하지 못한 사연 등을 법정에서 풀어낸 것이다. 이에 앞서 변진환 4·3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검사는 망설이는 유족들에게 재심의 의미를 설명하며 증언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어 정소영 검사는 "이념과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비극이 발생했다. 피고인들 역시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경에 연행돼 처벌을 받았다"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없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장 부장판사도 "합동수행단이 고생 많다. 대한민국 검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정확하고, 확실한 기준을 갖고 재심을 청구하고 있다"고 유족들에게 설명한 뒤 "이번 사건은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는 때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7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