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오름트레킹] 원시 곶자왈 품은 '비밀의 숲' 용암길서 여름휴가

[거문오름트레킹] 원시 곶자왈 품은 '비밀의 숲' 용암길서 여름휴가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용암길 3년 만에 개방
  • 입력 : 2022. 07.28(목) 18:08
  • 김도영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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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막한 제13회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참가자들이 거문오름을 탐방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비밀의 숲'이라 불리는 거문오름 용암길이 그 웅장한 녹음을 드러냈다. 28일 개막한 제13회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에서는 평소 개방되지 않았던 용암길이 행사 기간 동안 특별 개방됐다.

세계자연유산센터 탐방 안내소를 출발해 거문오름 정상을 지나 용암길 입구, 벵뒤굴, 선인동 사거리로 이어지는 약 6㎞의 용암길은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길이다.

약 30만 년 전에서 10만 년 전 사이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은 지형 경사를 따라 북동쪽 방향으로 약 14㎞ 떨어진 해안까지 흘러가 '선흘곶'이라 불리는 독특한 곶자왈 지형을 형성하고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천물동굴도 만들어냈다.

이날 탐방객들과 함께 3년 만에 개방된 용암길을 따라 걸으며 코로나19로 닫혀있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28일 거문오름 전망대에 오른 탐방객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 탐방객 발길 이어지며 첫날부터 '문전성시'

나무 데크로 잘 정비된 거문오름을 오르자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안개가 남아있어 한라산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탁 트인 시야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탐방이 절로 즐거워졌다.

용암길 입구는 울창한 곶자왈이 감싸고 있어 입구부터 어두컴컴하다. 이끼가 많아 탐방에 주의해야 한다는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본격적인 용암길에 들어섰다.

커다란 바위를 촘촘히 감싼 이끼들의 모습은 보통의 숲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탐방객들도 가만히 앉아 이끼를 만져보고 주변 식생을 관찰하기도 했다.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용암길 구간에서 숯가마터를 살펴보는 탐방객들의 모습. 김도영기자



숯가마터를 지나 '풍혈'에 가까이 가니 시원한 냉기가 느껴진다. 탐방객들은 풍혈 주변에 둘러서서 흐르는 땀을 식혔다. 한 탐방객이 "너무 시원하다. 여기는 에어컨을 켜놨으니 앉아서 돈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하자 주변 탐방객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탐방객들은 용암길 곳곳에 배치된 해설사들을 통해 선흘곶자왈의 특성과 용암길의 유래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탐방의 재미를 더했다.

제주시에서 왔다는 고영숙(68) 씨는 "남동생, 올케와 함께 트레킹에 나섰다. 용암길은 처음인데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가족과 함께 '이런 길도 있구나' 연신 감탄하며 즐겁게 걷고 있다"고 말했다.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용암길 구간에서 만난 풍혈 주변에서 탐방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도영기자

■ "잘 보존된 곶자왈 걸으니 절로 힐링됩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곶자왈을 품은 용암길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을 얻고 있다는 부부 탐방객도 있었다. 청주에서 거문오름을 찾은 성지환(55) 씨는 "아내와 함께 여름휴가를 맞아 제주에 왔고 시간을 내서 탐방하고 있다"며 "곶자왈이 정말 잘 보존돼 있는 것 같고 이런 곳을 탐방할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쉬엄쉬엄 숲 속을 걷다 보니 벌써 선인동사거리에 도착했다. 초록의 나무 사이를 지나는 동안 일상의 스트레스는 잠시 잊고 마음의 평화를 얻은 기분이었다.

서귀포시에서 왔다는 김정미(54)씨는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어 걷기에 좋았고, 혼자 참석해 걱정도 있었지만 안내해주시는 분들이 곳곳에 있어서 안전하게 탐방했다"며 "지친 일상과 무더운 여름을 잘 견뎌낼 활력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

제13회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첫날인 28일에는 총 861명이 용암길과 태극길 탐방에 나서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일대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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