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6)한경면 고산·산양·청수리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6)한경면 고산·산양·청수리
농지 개발로 숨골 훼손 가속화… 지하수 함양 감소 귀결
  • 입력 : 2022. 08.02(화) 00:00
  • 고대로·이태윤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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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시 한경면은 제주에서 가장 강수량이 적고 집약적인 밭농사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다.

제주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나타난 2017년 성산포와 서귀포 강수량은 각각 1917㎜, 1334㎜를 기록했으나 고산지역은 861㎜에 그쳤다. 2020년 강수량을 보면 성산지역 2116㎜, 서귀포는 2089㎜를 기록했으나 고산은 1228㎜를 보였다. 다른 지역 절반 정도의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제주서 가장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으로 지하수 이용 최고

중산간 마을인 청수·저지·조수리는 빌레지형이 많아 주로 과수농사를 짓고 있다. 이곳은 동굴과 곶자왈이 발달돼 있다.

조수리 일대에는 굽은오름서굴과 굽은오름뒷굴, 성둥이동산굴이 자리잡고 있고 해안 저지대에는 성굴과 끌왓디동굴, 고산리동굴이 분포해 있다. 청수곶자왈은 도내 최대 '운문산 반딧불이'의 서식지이다. 그만큼 청정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산양리 숨골

산양리 농경지 내 숨골

제주시 한경면 산양리 새신오름에서 바다쪽으로 약 300m 떨어진 농경지에 숨골이 있다. 새신오름은 산양초등학교(폐교) 북동쪽 3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숨골이 있는 이 농경지는 도로변 아래에 낮은 지형에 자리를 잡고 있어 큰 비가 오면 도로변에 있던 빗물과 주변 농경지에 있는 빗물들이 이곳으로 집중된다.

주민 강승철(54)씨는 "큰 비가 오면 이곳으로 빗물이 들어오고 밭에 고인 물은 숨골을 통해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고 말했다. 탐사에 동행한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빌레용암 위에 토양층이 덮여 있어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으나 토양층은 얇을 것으로 보인다. 지하에 빌레용암은 지하에 용암동굴이 발달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청수리 숨골

폭우시 주변 빗물이 몰려드는 청수리의 한 농경지

청수리 청수곶자왈에서 동쪽으로 약 600m 지점에 숨골이 자리잡고 있다. 이 숨골은 2020년 12월 레드향 비닐하우스가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밭주인 문원빈씨는 "이 일대는 빌레로 돼 있어 농사를 짓기가 매우 힘든 지역이었다. 밭을 개간하면서 숨골 주변을 파낸 뒤 물탱크를 설치했다. 물탱크 설치전에는 폭우가 오면 많은 양의 빗물이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숨골로 들어갔다. 지금은 숨골 지역이 비닐하우스로 덮혀 있어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청수리 농경지 대규모 숨골 역할… 현 숨골 정의 고민 필요

이곳 비닐하우스 인근에 있는 또다른 비닐하우스 옆에도 숨골이 있다. 숨골은 바위와 흙으로 덮혀 있다. 폭우시 주변 빗물이 이곳을 통해 땅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레드향 비닐하우스 인근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에는 대규모 빗물이 땅속으로 빠지는 농경지가 있다. 주변보다 낮은 지형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농경지 주변에는 도랑이나 하천이 없다. 이 때문에 큰 비가 오면 이곳은 저수지로 변하고 가득 고였던 빗물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청수리 비닐하우스 내 숨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과 문원빈씨.

강 박사는 "이곳은 밭 전체가 숨골로 볼수 있다.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는 숨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며 "숨골의 정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저류지를 조성했는데 빗물이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고산리 숨골

고산2리 숨골왓에 설치된 배수로

한경면 고산2리 일곱도로 동네 굴동산 남쪽옆에 있는 밭과 도논동네 뒷쪽 볼래낭동산 아래쪽에 '숨골왓'이 있다. '왓'은 제주어로 밭을 의미한다.

밭의 땅밑으로 구멍이 뚫어져 비가 내릴때는 주위의 물이 전부 이곳으로 모아져 숨골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는 밭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물 사용량이 많은 집약적 밭농사 농업용관정 염분 침투 유발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소나무가 있던 굴동산 임야 지대는 현재 개간돼 농지로 이용되고 있다. 예전에 숨골왓을 통해 지하로 들어가던 빗물은 이제 잘 정비된 배수로를 따라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농경지 배수로 사업은 침수피해 예방에 기여하고 있으나 지하수 함양량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강경구 농학박사는 "가뭄이 장기화 되면 고산리 해안 농업용 지하수 관정에 염분이 침투하고 있는데 한라산쪽 상류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지하수를 뽑아쓰는 만큼 지하수 보충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해수가 밀고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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