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6)전남지역 아열대과수 재배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6)전남지역 아열대과수 재배
빠른 기후변화 체감 아열대과수 신소득작목으로 육성
  • 입력 : 2022. 08.11(목)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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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사계절이 뚜렷했던 기후에서 이상고온, 국지성 호우까지 예측불가능한 날씨로 기후변화를 체감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 기후변화를 절감하면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물을 찾는 농업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 중의 하나가 아열대과수다. 제주에선 1980년대 바나나를 재배했던 경험이 있고, 겨울철 따뜻한 날씨의 이점으로 이미 여러 아열대과수가 재배되고 있고, 내륙에서도 재배가 점차 늘고 있는데 전남도에서 강한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전국 8개 아열대과수작물(망고, 바나나, 백향과, 용과, 구아바, 파파야, 올리브, 커피) 재배농가는 556농가에 이른다. 이들 농가가 187㏊에서 5131t을 생산하고 있다. 제주에선 119농가가 58.4㏊에서 1089t을 생산한다. 전남의 경우 177농가가 58.0㏊에서 341t을 생산하고 있다. 재배면적은 제주와 비슷한데 제주에선 재배되지 않는 파파야에서부터 최근엔 커피, 올리브까지 확대되고 있다.

|백향과·망고에서 올리브·커피까지 다양화 추세

전남도는 기후변화에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지난해 '아열대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4079억원 규모의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 후보지로 해남이 선정됐고, 앞서 2020년에는 장성이 350억원이 투입되는 '국립 아열대작물 실증센터' 후보지로 뽑혔다. 100% 국비가 투입되는 두 사업은 전남도가 정부에 기후변화에 대응한 아열대작물 관련 국가차원의 실증센터 구축 필요성·시급성 등을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들인 결과다.

전남도청 성진섭 원예산업팀장은 "국립 아열대작물 실증센터의 경우 정부는 제주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가 있으니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었지만 자체적으로 기후변화대응 농업단지 조성 용역을 추진하고, 전남이 아열대성 기후변화 연구에 적합한 지역인 점 등을 지속적으로 설득·건의해 농촌진흥청 신규사업으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아열대과수와 기능성 채소를 시군별로 육성하기 위한 '신소득 원예특화단지' 지원사업도 2022~2023년 추진, 200억원을 투입해 20㏊ 면적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정재식씨는 전남 담양에서 2013년부터 백향과를 재배해 전량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전남 담양군의 메타세콰이어길 바로 인근에서 2013년부터 백향과(패션프루트)를 재배하고 있는 정재식(48)씨. 지난 6월 찾은 그의 하우스엔 80주의 백향과 나무마다 수확을 막 앞둔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가지를 늘어뜨리는 울타리형으로 키우는 제주와 달리 그는 덕장형인 점이 눈에 띄었다.

딸기농사를 짓던 그는 '백가지 향과 맛이 난다'는 백향과를 한 번 맛본 후 반해 어렵사리 수입업자를 찾아 대만에서 묘목을 구입해 접목해 심었다. 당시 담양지역 5가구가 함께 백향과 재배를 시작했는데, 국내 재배의 시작이었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과일이지만 지금은 고정 수요층이 생겨나며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했다. 과육률이 60%로 품질은 최고임을 자부한다는 그는 개당 80g 이상 상품 백향과를 ㎏당 8000~1만4000원에 전량 직거래 판매한다. 개인 고객이 70% 정도고, 나머지는 카페 등에서 주스로 판매할 청을 담기 위해 사간다.

|면적 58㏊로 제주와 비슷… 올해 특화단지 추진

게다가 시설에선 2기작이 가능해 7~9월과 11~3월 두 번 수확하는데, 4000㎡의 하우스에 심어진 나무마다 연간 400개 안팎의 백향과를 수확하니 소득도 제법 쏠쏠하다. 그는 "원줄기(주지)가 1m 20㎝정도 성장하면 곁가지인 아들가지, 손자가지를 키워 착과시키는 방법으로 최대한 많은 열매를 얻고 있다"고 했다. 추위에도 강해 하우스 내부가 영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견뎌낸다. 겨울철 기온이 급강하할 경우 난로로 기온을 높여주는 정도다.

전국에서 그의 농장을 찾은 국가·지자체 연구기관과 농가·단체들이 얼추 1만명은 될 거라는 그는 "이들에게 재배 초반의 실수 경험담까지 모두 얘기해 주지만 정작 듣는 이들은 핵심 기술은 안가르쳐 준다고 오해하더라"며 웃었다.

박민호씨는 농수산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가족과 함께 농사에 뛰어들어 영광에서 망고를 생산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영광군에서 망고를 재배하는 박민호(35)씨는 2010년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농사현장에 뛰어든 경우로, 가족농이다.

1990년대 후반, 아버지가 시설원예가 경쟁력이 있을 거라며 고추·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는데 외환위기에 맞닥뜨렸다. 연체로 버티다 파프리카로 전환했지만 경영비 부담에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2013년 전환한 작물이 망고였다.

"이미 갖춰진 파프리카 재배시설에서 가능한 최적의 작목을 찾기 위해 가족회의를 열어 레드향, 한라봉 등 만감류에서부터 샤인머스켓, 망고까지 9가지 작물을 시험재배해 최종적으로 망고를 선택했다"는 그는 "망고가 인건비 절감에서부터 진입 장벽이 높고, 수입품과의 차별성, 맛과 품위에서 월등한 작물로 판단했다"고 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다행히 경영비가 파프리카의 3분의 1 정도여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재배 초기 농가수취가격이 ㎏당 2만~3만원에서 전국에서 재배가 늘며 떨어질 것 같던 가격은 코로나 상황에선 4만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는 ㎏당 2만원 정도만 유지한다면 소비층도 더 확대돼 해볼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의 망고 주출하시기는 보통·후기 가온으로 7~9월이다.

|아열대농업 육성 조례 제정·국립 실증센터도 유치

재배면적이 4만㎡로 방대하다 보니 판로 확보가 문제다. 그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 일정물량을 꾸준히 납품할 수 있는 거래처를 중심으로 공략한다고 했다. 백화점 30%, 개인 20%, 그리고 나머지 50%는 단골 거래처들인데, 과일바구니업체도 그가 중점 공략하는 업체 중 하나다. 그는 농업분야 최고 기술을 인정받아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신지식농업인(과수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남 곡성에서 국내 처음으로 파파야를 재배하기 시작한 정재균씨가 수확한 파파야. 문미숙기자

정재균(57)씨는 곡성에서 2008년부터 국내 처음으로 파파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당시 제주 소재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와 전남도농업기술원 등을 수도 없이 찾아 재배정보를 얻으며 자신만의 재배법을 만들어갔다. 추위에 약해 하우스 내부가 20℃ 아래로 떨어지면 안 돼 연중 5개월은 난방이 필요하지만 다행히 인근 타이어공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하우스 난방시스템에 활용하는 농식품부 지원사업에 참여해 경영비를 줄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1만6000㎡에서 재배되는 파파야의 판로다. 동남아에선 파파야가 여러 음식에 활용되지만 국내 수요는 미미하다. 때문에 외국인 음식점 등이 주요 거래처로 100% 계약재배하는데 대부분이 소량 구매다. "도매시장에도 몇 년을 쫒아다녔는데, 수요가 없어 경매가 안 될 정도니 제주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 수없이 생겼다 없어지고를 반복하는 게 파파야"라고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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