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법환동 소재 올레카약에서 만난 카약에 푹 빠져 사는 김대헌(왼쪽)씨와 스승인 허재성 대표. 이들은 내년 국내대회 제주 개최 등 카약 활성화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백금탁기자
[한라일보] 쉼 없이 파도가 일렁이는 제주바다와 같이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이가 있다. 조정 국가대표에서 광고 디자이너로, 그리고 제주에 정착해 자연·문화 활동가로서의 식지 않은 열정으로 현재도 삶의 '변곡점'에 서 있다.
|조정 국가대표·광고 디자이너 등 색다른 이력
주인공은 '제주에 살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로 2014년이 저무는 12월 제주에 정착했고, 요즘은 카약에 푹 빠져 사는 김대헌(64·서귀포시 호근동)씨. 서울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며 조정 국가대표를 지낸 스포츠맨이자,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라면, 음료, 생활용품 등 국내 유명 제품의 디자인을 기획한 국내에서도 내로라하는 실력자로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화려한 도시의 삶을 접고, 그는 제주에서 또 다른 삶의 매력 찾기에 분주하다. "제주는 자연이나 문화, 역사, 해양레저 등 참 매력적인 것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제주 사투리, 4·3, 옛 포구, 부종휴·석주명 선생 등등. 정착 초기에는 문화와 마을에 관심을 가졌다면 요즘은 카약에 푹 빠졌죠. 정착 5년차에 권태기를 맞았는데, 카약은 다시 도시로 돌아가려던 제 자신을 붙잡은 닻과 같은 존재죠."
|서귀포시 문화도시·카약 활성화 또다른 도전
그의 제주에서의 족적은 제주 6차 산업 브랜드 디자인 개발을 비롯해 서귀포시 대정~성산까지를 잇는 농촌마을별 디자인, 생태관광마을, 제주 물 관련 디자인 및 컨설팅까지 정착 단계부터 쉼 없다. 지금도 노지문화를 주축으로 하는 '법정문화도시' 서귀포시와 깊은 인연을 맺고 동행중이다. 여기에 최근 자신을 수양하는 카약에 몸을 실었다.
"폭이 60~80㎝ 밖에 되지 않는 카약을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다보면 모든 번뇌가 사라지죠. 저희 스승인 허재성(51·서호동) 올레카약 대표가 없었다면, 저는 진작 제주를 떠났을 거예요. 카약을 타고 제주해안을 일주하고, 비양도에서 캠핑하고, 차귀도를 탐방하고 기회가 닿으면 남도를 함께 찾곤 했죠. 요즘 삶의 90%는 카약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 옛 포구를 중심으로 한 바다환경 정화활동의 폭을 넓히고, 국내 카약대회 제주 개최에도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마을별 바다 독식·정착이주민 텃세는 없애야
그러나 그에겐 큰 걱정이 있다. 정통 무동력 카약이 제주에서 경제난으로 10년간 힘겹게 버티고 있는 데다, 마을별 어촌계가 바다를 내어주지 않아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어서다. "수산물 보호 등을 이유로 어촌계와 해녀들이 마을바다를 독식하고 있어요. 여기에 먼저 제주에 정착한 (지금은 제주도민이지만)이주민들의 '텃세'도 만만찮은 실정이죠."
요즘, 그의 고민은 힘든 제주카약의 존립에 맞닿아 있다. 이에 열악·열세한 카약 활성화와 성지 구축을 위해 최근 동호회를 결성했다. 제주는 물론 전국 카약 동호인들이 익스트림한 제주바다에서 쉼 없이 노를 저어나가는 카약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다. 지원 정책도 제주가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양레저를 지향하고는 있지만 붐 조성을 위해서는 고가의 마리나시설이나 해안 요트시설 위주의 해양레저사업이 아닌 카약과 같은 무동력 레저기구를 활용하는 사업 확대·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제주에 대한 애정을 달리 말한다. "제주는 스스로 움직이는 힘을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며,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독특한 자생력이 있는 고유영역"이라고.